[사설] IMD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도 확인되는 포퓰리즘 병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 경쟁력 평가 결과, 64개 조사 대상 국가 중 한국은 28위로 2년 연속 순위가 내려갔다. 방만한 나라 살림 운영에 따른 재정 악화가 주요인이다. 재정 분야 순위가 작년 32위에서 40위로 떨어졌다. 이 순위는 2018년 22위 이후 5년째 하락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가 9위에서 24위, 일반정부 부채 실질 증가율이 34위에서 최하위권인 56위로 곤두박질쳤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전방위적 돈 풀기 정책에 비춰볼 때 이런 경쟁력 저하는 예고된 것이었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작년 1067조원으로 급증했다. 하루에 1800억원씩, 1분에 1억원씩 무시무시한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더불어민주당의 포퓰리즘적 기조는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문 정부 때조차 보류했던 양곡관리법 통과를 강행한 것은 물론 노인 기초연금 인상, 학자금 무이자 대출 등 전 계층·연령을 겨냥한 현금 살포 입법전에 나서고 있다. 재정준칙을 시찰한답시고 유럽 출장까지 다녀와 놓곤 정작 국회 입법 과정에선 운동권 지원법과 연계하는 등 진영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가 재정마저 볼모로 삼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35조원 추경안을 제시하며 “국가가 져야 할 빚을 국민이 대신 지는 현실은 정의롭지 않다”고 했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위험한 발상이다. 저마다 개인의 빚에는 민감하지만 공공 부채에는 둔감한 것이 자연스러운 심리다. 과거 그리스나 남미 국가들이 이를 방치하다 재정 중독에 빠진 것이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면서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 했는데, 망국적 포퓰리즘에 물든 나라들의 결말이 ‘눈 떠보니 후진국’이었다.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인 김홍기 한남대 교수는 “국민이 포퓰리즘에 익숙해지는 상황이 두렵다”고 했다. 정확한 현실 진단이다. 마약 중독 같은 포퓰리즘을 차단하기 위해선 국민적 각성과 분별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