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에 소금창고 텅텅…간수 덜 뺀채 팔려"

소금 품귀사태…국내 최대 신안 천일염 생산지 가보니

4월 잦은 비로 생산 줄어든데다
주문 밀려 개인 온라인판매 중단
소매가는 도매가의 3배 치솟아

"내달부터는 소금 공급량 풀려
8월쯤엔 가격 차츰 안정될 것"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인 전남 신안군 증도의 태평염전 창고가 텅 비어 있다시피 하다. 평소 300t 저장 창고의 3분의 2가량을 채워두지만 소금 품귀로 창고 한쪽에만 소금이 남아 있다. 신안=임동률 기자
20일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 인부들은 비 예보에 애써 생산한 소금이 비에 젖지 않을까 오전부터 염전 물을 빼느라 여념이 없었다.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려면 소금을 한 톨이라도 더 생산해야 하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는 인부도 있었다. 염전 옆 높이 4m, 132㎡ 면적의 창고에는 한쪽 구석에만 소금이 쌓여 있었다. 20㎏들이 1만5000포를 채울 수 있는 창고인데 3000포만 남아 있었다.

국내 천일염 최대 생산지인 신안의 염전들이 공급량을 넘어서는 소금 수요에 버거워하고 있다. 올해 소금 생산이 시작된 4월부터 잦은 비로 평년보다 생산량이 20%가량 줄어든 와중에 지난달부터 도매상은 물론 개인 주문까지 폭주하고 있어서다.단일 염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태평염전의 면적은 462만㎡로 서울 여의도 두 배 크기다. 이곳에선 연간 1만8000t의 천일염을 생산한다. 평상시 창고엔 20㎏들이 기준 6000포 정도를 보관하지만 지난달부터 2000포로 줄었다.

소금을 생산하면 보통 3개월 정도 간수를 빼는 숙성 기간을 거쳐야 하지만 지금은 원료염을 생산하자마자 간수를 빼는 작업도 못 한 채 곧바로 팔려나가고 있다. 김치영 태평염전 부장은 “주문량을 맞추려면 간수를 뺄 시간도 없이 바로 실어 날라야 한다”며 “간수를 안 빼면 품질이 떨어지지만 원하는 사람이 많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급증한 주문에 염전 측은 홈페이지와 온라인쇼핑몰 소금 판매를 중단했다. 판매 경로를 도매상으로 한정한 것이다. 1주일 전까지 염전 앞 소금가게에서 1인당 2포씩 제한해서 팔던 것도 멈췄다. 태평염전이 이날 기준 처리하지 못한 주문은 3000건에 달했다.수요가 급증하면서 도매가격이 한 달 새 50%가량 뛰었지만 소매가격 인상폭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김 부장은 “수요가 많다고 해도 기업화한 우리 염전은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며 “조금만 올려도 소매가 반영폭이 커질 수 있어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20㎏ 포장 기준 1만9000원이던 도매가는 지난달부터 2만9000원으로 올랐다. 이렇게 팔려나간 소금은 중도매와 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에게 6만~9만원 선에 팔리고 있다.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부풀려져 소비자들이 도매가의 최대 세 배를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염전업주들은 소금 품귀로 인한 가격 급등세가 7~8월에는 안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태평염전 관계자는 “신안 비금·도초·신의 지역에서 생산한 소금이 7월에 풀리는 데다 여름철 생산량은 4~5월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난다”며 “공급량이 늘어나면 8월쯤엔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전라남도는 다음달까지 천일염 예약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가격 안정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가격 폭등은 지금 당장 쓰지도 않으면서 사는 가수요가 많은 것이 한 원인”이라며 “햇소금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7월까지 예약 판매를 통해 소비자의 소금 부족 불안을 해소하고 유통체계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무안·신안=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