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작곡가] 폐가서 쏟아진 악보…사후에 인정받은 '흑인 여성'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플로렌스 프라이스
플로렌스 프라이스(1887~1953)는 미국의 클래식 작곡가로 ‘흑인’과 ‘여성’이라는 불리한 여건에도 4개의 교향곡을 비롯해 400개 이상의 작품을 남긴 인물이다. 프라이스는 1933년 시카고박람회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가 그의 교향곡 1번 e단조를 연주하면서 그는 미국 유명 오케스트라가 작품을 연주한 첫 번째 미국 흑인 여성 작곡가가 됐다.

프라이스는 미국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치과의사 아버지와 음악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로부터 음악을 배우기 시작해 네 살 때 처음 피아노를 연주했고, 열한 살에 작곡을 시작했다. 하지만 인종차별, 성차별 등의 시대적 제약으로 그의 재능과 실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그의 음악 세계는 사후 반세기가 지나서야 더욱 널리 알려졌다. 2009년 프라이스가 별장으로 사용한 일리노이주의 버려진 집에서 그의 작품과 논문이 발견되면서다.프라이스의 작품 중 상당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겪은 가혹한 삶의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피아노 독주곡인 ‘인 더 랜드 오 코튼 모음곡’의 ‘코튼 진’은 노예 생활이 고단했던 시절의 정서를 드러내는 부드러운 리듬의 아름다운 작품이다. 모음곡의 마지막 악장 ‘춤’에서는 주바가 등장한다. 주바는 서아프리카에서 노예를 통해 미국으로 건너온 춤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