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액 1조 중 690억 배상하라"…정부, 엘리엇과 분쟁서 일부 패소
입력
수정
지면A1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엘리엇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에서 한국 정부가 약 69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정이 나왔다.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 7억7000만달러(약 9917억원) 중 7%만 받아들여지면서 대규모 배상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국제중재재판소, 5년 만에 판정
법무부는 20일 PCA의 엘리엇 사건 중재판정부가 엘리엇 측 주장 일부를 인용해 우리 정부에 5358만6931달러(약 690억원·달러당 1288원 기준)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PCA는 배상금 690억원에 대한 이자를 2015년 7월 16일부터 판정일까지 5% 연 복리를 적용해 지급할 것을 명했다. 양측은 각각 상대의 법률비용도 부담한다. 엘리엇은 한국 정부의 법률비용 345만7479달러(약 44억5000만원)를, 정부는 엘리엇의 법률비용 2890만3188달러(약 372억5000만원)를 지급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부담액은 배상금, 지연이자, 법률비용을 포함해 총 1300억원이다.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 과정에서 당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ISDS 절차를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의 7.12%를 보유하고 있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한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합리하다며 합병을 반대했다. 엘리엇 측은 “정부의 불법적인 개입이 없었으면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양측의 공방은 중재판정부가 올해 3월 14일 최종적으로 절차 종료를 선언하면서 끝이 났다.
김진성/권용훈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