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발레리나 강미선, '발레 여왕' 자리 올랐다

어렸을 적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내한 공연 녹화 영상을 하염없이 돌려봤다는 무용수 강미선(40)이 마침내 '발레 여왕' 자리에 올랐다.

20일(현지시간)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시상식에서 중국 국립발레단의 추윤팅과 함께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거머쥔 강미선은 꾸준함으로 유니버설발레단에서 20년 넘게 활동해 온 수석무용수다.유니버설발레단은 국립발레단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대 발레단으로 강미선은 2002년 연수 단원으로 입단해 21년간 활약 중이다. 인생의 절반을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보낸 셈이다. 국내 발레계에서 한 발레단에서 20년 넘게 활동한 발레리나는 드물다.

강미선은 8살에 발레를 시작해 선화예술중학교에 진학했고, 1997 한국 발레협회 콩쿠르 회장상을 타며 주목받았다. 이후 1년 만에 선화예술고등학교를 수료했고, 미국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를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점프' 없이 무용수 승급의 모든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코르드발레(군무)부터 드미솔리스트(2005∼2006), 솔리스트(2006∼2010), 시니어 솔리스트(2010∼2012)를 거쳐 2012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발레리나 가운데는 바로 솔리스트로 입단하거나 1년 만에 승급을 잇달아서 하면서 바로 주역을 꿰차기도 하지만, 강미선은 '대기만성'형에 가깝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연습벌레'로 통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거의 모든 작품에 출연하며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졌다.

그래서인지 강미선은 어떤 작품에서든 안정적인 춤을 보여주는 무용수로 정평이 나 있다. 화려한 테크닉의 안무도 여유 있게 소화하는 데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도 대단해 팬들 사이에서는 '갓(god)미선'으로 불린다.

강미선의 '발레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러시아 출신의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남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다. 2014년 결혼한 두 사람은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춘향', '심청', '지젤' 등 다양한 작품에서 때로는 설렘이, 때로는 애절함이 담긴 연기를 보여주며 부부만이 보여줄 수 있는 깊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강미선은 2021년 10월 아들을 출산한 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1세대 워킹맘 발레리나'다. 사실 무용계에서는 최근까지도 아무리 잘나가는 무용수라도 출산은 은퇴로 여겨졌다. 지금도 워킹맘 발레리나는 강미선을 비롯해 국립발레단의 김리회, 유니버설발레단의 손유희, 한상이 등 손에 꼽는 수준이다.

강미선은 원래도 풍부한 표현력을 자랑하는 무용수지만, 출산 이후 더 원숙한 연기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지난해 선보인 '오네긴'에서는 초연 때부터 맡아온 주인공 타티아나 역을 더욱 원숙하게 소화하며 "타티아나 그 자체"라고 평가받았고, 올해 3월 '미리내길'에서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아내의 애절한 그리움을 먹먹하게 그려냈다고 호평받았다.

'브누아 드 라 당스'까지 거머쥔 그가 앞으로 무대에서 보여줄 춤에 기대가 쏠린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