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년 버텨온 영국의 자존심…'헌터부츠' 파산

브렉시트에 인플레, 이상기후 겹치면서 몰락
사진=게티이미지
'레인부츠의 정석'으로 불려온 영국의 헌터부츠가 파산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브렉시트와 인플레이션 여파에 따뜻한 날씨까지 겹치면서 170년 전통의 부츠 회사가 몰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한때 '영국의 아이콘'이었던 헌터부츠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은 끝에 영국판 파산인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헌터부츠는 1857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노스브리티시러버라는 회사가 만들기 시작해 170년 가까이 영국인들을 비롯해 대중적인 인기를 받아온 제품이다. 175달러 가격에 팔린 헌터 웰링턴 부츠는 영국 왕실부터 팝스타까지 신어 '영국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팬데믹과 브렉시트 인해 공급망 문제로 큰 어려움에 부닥쳤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했고 지난해 이상 기온으로 수요도 줄어든 게 직격탄이 됐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르 샤모와 에이글 같은 경쟁 업체의 부상도 헌터부츠 상황을 어렵게 했다.
헌터부츠. /한경DB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이 회사 매출은 20% 감소했다. 지난해엔 미국의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로 인해 북미시장에서 매출이 15.4% 줄었다. 헌터의 부채규모는 1억4600만달러로 늘었다. 결국 헌터부츠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브랜드와 지식재산권 등을 어쎈틱 브랜드 그룹에 매각했다. 영국의 명품 브랜드인 테드 베이커도 인수한 어쎈틱의 제이미 살터 최고경영자(CEO)는 "헌터 브랜드가 계속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