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만하면 '뚝'…15만닉스·10만전자 언제 오나

엔비디아 질주에도 박스권 갇힌 주가
단기 과열 부담에 따른 매물 출회 영향

그래도 눈높이 올리는 증권가
"고용량 D램 수요↑…수익성 개선 전망"
사진=연합뉴스
최근 엔비디아가 쏘아 올린 인공지능(AI) 반도체 기대감 속 최근 상승세를 지속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6월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를 만하면 후퇴하는 등 좀처럼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을 애태우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날 각각 7만1400원, 11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종목은 엔비디아가 쏘아 올린 AI 반도체 열풍에 힘입어 지난 5월 한 달(2~31일) 삼성전자 9.01%, SK하이닉스 21.34% 각각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3.01%)을 훨씬 웃도는 수익률이다. 두 업체의 합산 시가총액도 한 달 새 무려 47조원 넘게 불었다. 이는 전날 기준 국내 대표 자동차주인 현대차의 시총(약 42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하지만 6월 들어 상승세가 다소 둔화했다. 국내 코스피 시총 상위 1, 3위 기업의 거침없는 질주에 시장이 부담을 느끼고 매물을 던진 탓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장중 7만27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뒤 연일 7만원 초반대를 맴돌고 있다. SK하이닉스도 12만원을 목전에 두고 11만원선에 갇힌 모양새다.

반면 엔비디아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시총 1조달러 클럽에 입성한 뒤 고점을 높여 20일(현지시간) 전장보다 2.61% 뛴 438.08달러까지 치솟았다. 사상 최고치다. 엔비디아는 연초 이후 이날까지 200%가량 폭등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증권가에선 이 와중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계속 높이고 있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올 2분기 실적도 부진하겠지만, 주력 사업인 메모리 업황이 바닥을 지난 데다 AI 투자 열기로 인해 고용량 D램(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고대역폭메모리(HBM)3)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과 더불어 주가 상단이 열려 있다는 게 증권가 판단이다. 최고 목표가는 삼성전자 9만5000원(KB증권), SK하이닉스 15만원이다. 전날 종가 기준 괴리율은 삼성전자 33%, SK하이닉스 29%다.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인텔의 DDR5 기반 서버용 신규 중앙처리장치(CPU)인 사파이어 래피즈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DDR5 대량 양산을 시작하고, 차세대 메모리인 HBM3 양산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DDR5 평균 판매가격은 (기존 제품인) DDR4 대비 30%, HBM3 판매가격도 기존 메모리 대비 5배 비싸 향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수익성 개선의 열쇠로 작용할 것"이라며 "올 3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DDR5, HBM3 등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출하 확대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도 순매수세 지속되고 있다. 6월 한 달(1~20일)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 통틀어 삼성전자는 외국인 순매수 상위 1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는 3위다. 순매수 규모는 삼성전자 5792억원, SK하이닉스 2545억원이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기준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반면 AI 수요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업황 회복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확대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달리 메모리 반도체의 총 수급은 여전히 안 좋은 모습이 확인됐다"며 "전방 수요 전망치는 추가 하향 조정되고 있으며, 산업 내 재고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단기 실적 가이던스에 변화는 없다"며 "특정 영역의 가격 반등이 보였지만, 다운턴(하강국면)의 심각성 고려하면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국내 주요 21개 증권사가 내놓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 62조628억원, 영업이익 177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61%, 영업이익은 98.74% 각각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BNK투자증권은 2분기 삼성전자가 82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외에도 SK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가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손실을 전망했다. 같은 기간 23개 증권사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은 매출 5조7465억원, 영업손실 3조1219억원으로 추정됐다. 작년 2분기 대비 매출은 58.39% 감소,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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