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무더위 날려줄 독특한 스릴러 3편

변기 속 손의 습격 '손'·성 착취 범죄 다룬 '라방'
알이 깨지고 가족에게 닥친 비극 '부화'
여느 해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를 식혀줄 독특한 소재의 스릴러물이 잇따라 극장에 걸리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손이 변기에서 튀어나와 가족을 위협하는가 하면, 한 남자는 성 착취 범죄 피해자가 된 여자친구를 구하려 추격전을 펼친다.

우연히 주운 알을 품어 부화시키는 소녀의 이야기도 있다.

최윤호 감독의 '손'은 지난 20일 극장에 걸렸다. 신혼부부가 어느 날 집 화장실 변기에서 불쑥 튀어나와 있는 유령의 손을 발견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이종권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다소 황당한 설정이지만, 사람을 해치려는 손에서 벗어나기 위한 부부의 분투가 웃음을 유발한다.

"변기에서 손이 튀어나왔다"는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들까지 손을 무찌르기 위해 합세하면서 재미를 더한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침착한 남편 봉수(이재원 분)와 위기의 상황에서도 남편 자랑을 하는 아내 주희(장서하), 부부에게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 겁쟁이 구급대장(박상욱) 등 코믹한 캐릭터들을 보는 맛도 있다.

앞서 최 감독은 "호러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쫓기고 피가 많이 튀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며 "아무리 무서운 상황이더라도 즐길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을 남겨두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58분으로, 일반적인 영화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 초청돼 개봉에 앞서 먼저 상영됐다.
박성웅이 주연한 '라방'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된 온라인 성 착취를 소재로 삼았다.

'라방'은 프리랜서 PD 동주(박선호 분)가 여자친구의 모습이 온라인에서 생중계되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방송 속 정체불명의 '젠틀맨'(박성웅)과 필사적인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다.

'공모자들'(2012), '날, 보러와요'(2017) 등을 선보인 최주연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도 했다.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보는 듯한 화면 구성을 이용해 극중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다만 범죄 과정이 다소 적나라해 불편함을 줄 수는 있다.

최 감독은 "공분이 큰 주제라 시나리오 단계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이런 일이 이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우리 모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성웅도 "이번 영화를 통해 라방(라이브 방송) 관련 범죄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사회적인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달 16일 개봉한 핀란드 영화 '부화'는 열두 살 소녀 티니아(시리 소랄리나 분)가 기이한 알을 발견해 부화시키면서 그와 가족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온 가족이 가면을 쓰고 피 흘리는 알과 함께 있는 모습을 담은 포스터만으로도 기괴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포스터처럼 티니아의 가족은 사회적 가면을 철저하게 쓰고 있다.

인플루언서인 티니아의 엄마는 행복한 가정에 집착하면서 딸이 최고의 체조선수가 되도록 끊임없이 강요한다.

티니아가 품은 알이 점차 커져 새가 태어나는 등 은유적인 장면이 많다.

호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성장 드라마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로 평가되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으며 전주국제영화제 초청도 받았다.

당시 엄마의 잘못된 모성애와 욕심이 사춘기 자녀에게 주는 영향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들었다. 콘텐츠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2%를 기록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