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봉에 3000원인데 월매출 2억…까다로운 농사꾼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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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한수 매곡친환경 대표 인터뷰"한 봉에 3000원 안팎인 케일과 시금치 등으로 최고 2억5000만원의 월매출을 올렸죠. 친환경 농산물뿐 아니라 농가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5년부터 장보기 앱 컬리에 납품
적극적인 협력으로 농가 소득 '고성장'
경기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매곡작목반의 비닐하우스에서 지난달 만난 황한수 대표는 갓 딴 케일 잎을 얼굴 옆에 들어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비닐하우스는 뜨거운 햇볕을 받아 무럭무럭 큰 푸른 잎의 케일로 가득 차 있었다.농업회사법인 매곡친환경(매곡작목반)을 이끄는 황 대표는 14명의 생산자와 손잡고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앱) 컬리에 다양한 친환경 채소류, 버섯류 등을 공급해 매출을 키워가고 있다.
월매출 27만원으로 시작한 컬리와의 동행
황 대표가 컬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5년이었다. 마켓컬리의 채소 담당 상품기획자(MD)가 친환경 농산물로 입소문을 탄 매곡작목반을 찾아오며 거래가 시작됐다. 당시 식품 기업 납품과 학교 급식을 주력으로 하던 황 대표는 규모가 작더라도 컬리와 동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해 8월 친환경 케일과 시금치로 거래를 시작한 첫 달 하루 평균 입고량은 60봉. 월매출은 27만원이었다. 그는 "당시 여러 인터넷쇼핑(전자상거래) 관련 기업들이 납품 제안을 했지만 컬리 MD가 애착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선 점이 인상 깊어 거래를 시작했다. (컬리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시절이었고, 거래 규모도 크지 않았지만 꾸준한 거래처 확보가 가능할 것이란 믿음이 갔다"고 회상했다.통상 농가는 계약을 맺은 대형 벤더사를 통해 유통업체에 납품한다. 그러나 컬리는 벤더사를 통하지 않고 직매입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황 대표는 "벤더사를 통하면 사실상 이익이 10%밖에 남지 않는 구조"라며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고,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농가에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매곡작목반은 MD와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꾸준히 친환경 채소의 품목 수를 확대했다. 특히 기존 주력 농산물이던 케일뿐 아니라 성채가 되기 전 잎이 여린 상태의 이른바 '베이비 시금치' 등 상품성이 높은 친환경 농산물 위주로 품목을 늘린 점이 주효했다. 샐러드 열풍으로 친환경 채소를 찾는 20~30대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컬리와의 협업이 빛을 발했다는 후문이다.베이비 시금치는 기존 친환경 시금치와 동일한 품종이지만, 성채가 되기 전 잎이 여린 상태에서 수확해 소비자에게 선보인 제품이다. 우리 식문화에서 시금치는 나물, 국의 재료로 익혀 먹지만 해외에서는 샐러드 등에 활용한다는 점에 주목해 기획했다. 당시 컬리 MD가 출장지인 미국에서 시금치를 샐러드로 맛보고 사진을 찍어 보내자 황 대표가 국내 생산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황 대표는 특히 잎만 절단하는 방식 대신 뿌리째 수확한 후 다시 손질해 포장하는 방식으로 선도 유지에 공을 들여 상품화했다.
황 대표는 이후 고객 후기 점검을 통해 다시 한번 상품성을 개선했다. 베이비 시금치 소비자들이 샐러드 용도가 아닌 아이의 이유식 재료로 사용한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이유식을 만들기 적당한 양인 기존(100g) 용량의 절반(50g)으로 줄였다.
이같이 노력한 결과, 컬리와 협업하기 전인 2014년 1억2000만원 수준이던 매곡작목반 연매출은 지난해 20억원에 달했다. 품목이 15종까지 늘며 33동으로 시작한 비닐하우스도 50동까지 늘었다. 협력 농가 생산 지역도 이천시뿐 아니라 여주, 평택, 천안 등 더 넓은 지역으로 확장됐다.황 대표는 "지난해 월매출이 최대 2억5000만원을 찍었고, 평균적으로 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컬리의 매출 비중이 70%에 달하는데 직거래를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급식이 주력이던 주변 농가는 학교 및 공공급식 납품이 중단되면서 직격탄을 맞았지만 매곡작목반 농가들은 되레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친환경 농산물 생산물량의 10분의 4(39%)가 학교급식에 납품되는 구조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학교와 공공기관 급식 물량이 줄어들면서, 친환경 농가의 판로에 차질이 빚어졌다.
케일에 구멍 하나도 허용 안 해…눈물 흘린 고객
매곡작목반을 이끌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황 대표에게 묻자 "키우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매곡작목반 농가는 모두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은 합성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게 키우는 농산물을 통칭한다.황 대표는 "장사꾼 이전에 농사꾼"이라며 "키워내는 데 사명감이 크다"며 이같이 답했다.
까다로운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품질 관리 기준에 맞춰 친환경 농산물을 키워내기가 쉽지 않다고 황 대표는 토로했다. 이상기후, 변덕스런 날씨 등 다양한 변수로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처럼 균일한 품질의 안정적인 물량을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황 대표뿐 아니라 협력 농가의 제품도 고품질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는 설명이다. 협력 농가 생산 작물은 오전에 수확해 포장 후 모아 황 대표가 1차 검품을 진행하고, 이를 5t 트럭에 실어 매일 밤 자정까지 마켓컬리 물류창고로 입고시키는 방식이다. 매곡작목반 내부적으로 세운 품질 기준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제외시킨다. 그는 "케일의 경우 벌레 먹은 잎을 다 추려내면 100kg 중 60~70%를 솎아내게 된다. 사실상 폐기하게 되는 물량"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꾸준히 협력 농가에 개선방안이나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협력 농가와의 동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새로운 품종이나 재배 방법을 익혀 다른 농가에 알려주는 방식을 취한다"며 "일례로 베이비 루꼴라는 토경재배를 하면 환절기 때 노균이 들어와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직접 먼저 양액 재배용 베드를 시도해보고 개선점과 문제를 공유해 타 농가에서 물량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까다로운 검증을 거쳐 고품질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다보니 피치못하게 오해를 받기도 했다. 친환경 농산물 여부에 대해 의심을 해 직접 농가를 찾아온 소비자도 있었다. 황 대표는 "암에 걸려 녹즙을 먹기 위해 꾸준히 구매한 60대 남성분이었는데 (케일이) 너무 품질이 좋아 되레 의심을 샀다. 직접 이천을 찾아 친환경 농산물 재배 환경을 확인하고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눈물을 흘려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농산물뿐 아니라 협력 농가를 함께 키우는 게 목표라는 황 대표는 본인의 사례를 소비자와 식품 관련 업계 종사자에게 소개한다. 그는 이달 6일부터 사흘간 컬리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여는 '2023 컬리 푸드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선다. 한국 식품산업의 미래를 짚어보는 해당 행사에는 컬리의 김슬아 대표와 최재훈 최고커머스책임자와 함께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 최자은 CJ제일제당 본부장, 이준호 LG CNS 스마트물류 사업부장 등이 강연을 진행한다.컬리는 2023 컬리 푸드 콘퍼런스와 함께 '2023 컬리 푸드 페스타'를 연다.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컬리 서비스 시작 8년 만에 여는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