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경찰청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법으로 200여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중국 내 보이스피싱 조직의 한국인 콜센터 조직원 22명을 검거하고 그 중 핵심 조직원 30대 A씨 등 8명을 구속했다. 21일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 항저우에 전화금융사기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콜센터를 조직하고,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국내 피해자 133명으로부터 총 200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및 범죄단체가입·활동 등)를 받고 있다.
검거된 보이스피싱 조직은 중국 국적인 30대 조선족 총책을 중심으로 총책 포함 8명의 조선족과 52명의 한국인 조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콜센터 역할을 검찰 수사관, 검사, 금감원 3단계로 나누어 사칭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피해자와 처음 통화하는 사람이 검찰 수사관을 사칭해 '당신 명의로 개설된 계좌가 범행에 사용됐다.
담당 검사에게 조사받아야 한다'고 속이면, 두 번째로 검사를 사칭한 조직원이 '자금추적을 위해 정상 자금인지 확인해야 하니, 계좌의 현금을 뽑아 직원에게 건네라'면서 동시에 악성 앱 설치를 유도했다.
자신의 휴대전화가 해킹됐다고 속은 피해자들이 악성 앱을 깔면 조직원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모두 제어할 수 있게 돼, 피해자가 경찰이나 금감원에 전화를 걸어도 조직원들에게 연결이 돼 피해자가 믿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악성 앱 설치 후 마지막 단계로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조직원이 '정상 대출 여부를 확인해야 하니 대출금을 모두 받아 그 자금도 같이 보내라'고 속여 피해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고 위조된 검사 신분증과 구속영장을 이용하고, 가짜 검사 사무실을 만든 후 피해자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보여주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철저히 속였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금은 다단계 형식으로 조직원별로 각각 10％, 8％, 4％씩 나눠 갖고 나머지 수익금은 총책과 핵심 조직원들이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3천100만원의 범죄수익금을 압수했으며, 조직원의 다른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추적하고 있다.
충남경찰청은 1만여 건의 유사 사건 및 피의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조직원 중 아직 검거되지 않은 38명의 피의자에 대한 추적 수사도 계속할 예정이다.
충남경찰청은 지난해 7월 한 사건에서만 41억원 규모의 역대 최대 피해 금액이 발생하자, 2021년 8월 발생한 21억원 피해 사건의 동일 조직 범행으로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해왔다.
1년여 만에 중국 내 조직원 60명을 특정한 경찰은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 수배를 요청한 끝에 이들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충남경찰청 박종혁 수사과장은 "국가기관에서는 절대로 영상통화로 사무실을 보여주거나 현금 제공 및 대출 실행을 유도하지 않는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