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진입에 비트코인 강세장 오나…"지나친 기대 금물" 지적도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
美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
비트코인 급등…장중 2만9000달러 기록
"승인 여부 불투명"·"지나친 기대" 등 지적도
사진=셔터스톡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에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운용을 위해서는 비트코인을 현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만큼 운용자산이 10조달러에 이르는 블랙록이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사들이게 되면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더불어 이번 사례를 시작으로 그동안 SEC에 퇴짜를 맞고 잠잠해진 기관들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이 다시 한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여전히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 승인 여부가 불투명한 점, 승인되더라도 블랙록의 네임밸류와 자산규모가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등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한다.

'1경원' 운용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최고의 호재될 것"

2023년 1분기 기준 9조900억달러(약 1경1174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비트코인 신탁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신탁(iShares Bitcoin Trust)'의 신청서를 SEC에 제출했다.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신탁은 비트코인 가격의 성과를 반영하고 신탁이 지속적으로 발행하는 주식과 교환한 비트코인을 소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또한 4만 개 혹은 그의 배수 단위로 주식을 발행하고 환매하며 이를 비트코인과 교환해 거래를 체결한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ETF의 작동 방식과 닮아있기에 시장은 이번 블랙록의 신청서 제출을 사실상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으로 여기고 있다. 블랙록도 신청서를 통해 "주주가 직접 거래를 통해 비트코인을 취득하는 대신 주식에 투자해 비트코인에 대한 노출을 좀 더 간편하게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이같은 소식에 최근 SEC의 강력한 규제 바람으로 2만4000달러선 아래까지 하락했던 비트코인은 급등세로 돌아서면서 21일 기준 장중 한때 2만9000달러선까지 가격을 회복했다. 이날 오후 5시 44분 현재 바이낸스 USDT 마켓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7.75% 상승한 2만882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제임스 에드워즈 가상자산 분석가는 "블랙록이 비트코인에 대한 확신 없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비트코인 지위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보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센티먼트는 이틀 전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2년 만에 50%를 넘기며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을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 배경으로 꼽기도 했다.

SEC에 번번이 막힌 비트코인 현물 ETF, 이번엔 다를까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
SEC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와이즈 반에크, 아크 21쉐어즈, 피델리티 등 유수의 자산운용사의 현물 기반 비트코인 ETF 상장 신청을 매번 반려해왔다. 사기, 조작 행위 방지 및 투자자 권익 보호 방안 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주요한 이유다.

이는 업계의 많은 반발을 일으켰다. SEC가 선물 기반 비트코인 ETF는 승인했지만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물 기반의 비트코인 ETF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 없이 거절만 거듭하고 있다는 불만이 쇄도했다.

특히 그레이스케일의 경우 SEC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법적 다툼에 들어간 상황이다. 작년 12월 그레이스케일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그레이스케일 투자 신탁(GBT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전환 신청을 거절한 SEC의 결정은 투자자 보호 의무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법률 브리핑을 제출했다.

이처럼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을 두고 기관과 SEC 간 법적 다툼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블랙록의 진입이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는 "SEC가 운용 자산이 10조달러에 달하는 블랙록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블랙록과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SEC와 게리 겐슬러 위원장에 견줄 수 있는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자산운용사 네오스(NEOS)를 설립한 국내 퀀트 기반 핀테크 기업 웨이브릿지 관계자는 "그레이스케일의 GBTC를 ETF로 전환하겠다는 신청서의 승인 여부도 올해 하반기 결정을 앞두고 있어 SEC에 대한 승인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블랙록이 나서자마자 다른 자산 운용사들도 앞다퉈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에 나서고 있다. 이미 SEC로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미국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와 글로벌 투자기업 인베스코는 21일(현지시간)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많은 자산 운용사가 비트코인에 연동된 ETF 상장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된 점으로 미뤄볼 때 블랙록의 ETF 신청도 반려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수많은 현물 비트코인 ETF 신청서를 반려한 SEC의 입장에서 일관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기대는 금물…가격 상승 직결되기는 어려울 것"

한편 블랙록의 현물 비트코인 ETF 승인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단편적인 생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선 팩토마인드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현물 비트코인 ETF가 승인돼 기관의 자금 유입이 촉진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트코인 ETF에 기관 자금이 유입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을 원하고 변화를 위한 의지까지 있는 기관이 존재해야 하는데 현재 그런 곳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 투자자들이 어떤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때 고려하는 것은 현금 흐름"이라며 "통상적으로 비트코인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현금흐름을 창출한다고 여겨지는 채권 ETF 또한 회계, 규제, 유동성 등 이슈로 인해 기관들이 받아들이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네이선 CSO는 블랙록의 네임밸류나 자산규모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성패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그는 "물론 블랙록의 네임밸류, 노하우가 간접적으로 ETF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블랙록의 특정 ETF가 성공하려면 매입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는 블랙록의 운용자산 규모 및 네임밸류와는 무관하다. 블랙록이 출시했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자산규모가 정체된 종목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호재로 판단하기에는 ETF의 구조적 요소는 꽤 복잡하다. 더불어 기관들이 ETF를 보는 시선도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굉장히 다르다"며 "단순히 블랙록으로 인해 비트코인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블록체인·가상자산(코인) 투자 정보 플랫폼(앱) '블루밍비트'에서 더 많은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황두현, 조연우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