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등 석달새 11兆 투자…"전국이 배터리소재 밸류 체인"

포스코, 포항에 1.5조 공장

美 IRA 여파로 탈중국 불가피
양극재·전구체 공장 등 추진
중국 기업도 한국에 투자 문의

LG화학, 청주·구미에 공장 집적
에코프로 청주, 엘앤에프 대구
새만금은 전구체 공장 총집결
배터리 소재 회사들이 국내 공장 신증설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 전구체뿐 아니라 원료인 니켈, 리튬 등 가공 공장까지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등으로 한국에 공장을 짓는 게 유리해진 데다 배터리 핵심 국가로 떠오른 한국의 소재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배터리 소재 회사들은 생산시설 집적 이익을 얻기 위해 지역별 클러스터화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 포항에 1조5000억원 투자

포스코그룹은 경북 포항 영일만4산업단지에 중국 CNGR과 함께 1조5000억원을 투자해 니켈 정제 및 전구체 공장을 짓는 내용의 합작투자계약(JVA)을 21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니켈을 포함한 전구체는 양극재의 핵심 소재다.

니켈 공장은 포스코홀딩스가 지분 60%를 소유하며, 전구체 공장은 포스코퓨처엠이 20%의 지분율로 투자한다. 이렇게 해서 포스코그룹과 CNGR 양측이 총 투자금(1조5000억원)의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2026년 공장이 완공되면 황산니켈을 연 5만t, 전구체는 연 11만t을 생산한다. 전기차 약 120만 대에 장착되는 배터리 규모다.

LG화학, SK온, 에코프로, LS, 엘앤에프 등 국내 배터리 소재회사들이 최근 석 달간 발표한 국내 투자 규모는 11조원에 육박한다.한국에 배터리 소재 공장 투자가 잇따르는 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미국의 IRA,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시행 등의 영향이 크다. 한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에서 소재를 생산해야 배터리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양극재와 전구체 등은 완성된 배터리와 달리 운송이 쉬워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올 들어 전북 새만금에 전구체 공장을 짓겠다고 나선 회사 중엔 화유코발트, GME, CNGR 등 중국 회사도 많다.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은 “중국 배터리 소재 회사들의 새만금 투자 문의가 작년부터 급증했다”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회사별 클러스터 조성 중

기업별 클러스터화도 나타난다. 포스코그룹은 배터리 소재 회사를 전남 광양과 포항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연산 9만t의 광양 양극재 공장을 2025년까지 연산 15만t으로 확장한다. 현재 연산 5000t 규모의 전구체 공장도 연산 5만t으로 증설한다. 포항에도 2025년까지 연산 10만6000t의 양극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홀딩스는 양극재 원료인 니켈과 리튬 가공공장을 광양과 포항에 각각 신설한다.

최근 전북 익산의 ‘나 홀로’ 양극재 공장을 매각하기로 한 LG화학은 충북 청주 인근에 새 양극재 공장 부지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에 연산 7만t, 경북 구미에 연산 6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보유한 LG화학은 국내에선 두 곳으로 소재 공장을 집적화한다는 전략이다.청주와 포항에 공장을 둔 에코프로는 청주에 연구개발(R&D)캠퍼스 조성을 추진 중이다. 약 14만㎡ 부지에 배터리 소재 관련 연구원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엘앤에프는 대구권(칠곡 포함)을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새만금은 배터리 소재 클러스터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리튬 등 가공공장이 먼저 들어선 데다 부지가 넓어 공장 확장에 유리하다는 장점 덕분에 올 들어서만 LG화학, LS, 엘앤에프, 에코프로, SK온 등이 합작회사 형태로 전구체 공장 투자를 각각 결정했다. 이들 회사의 전구체 투자 규모만 연산 28만t에 달한다.

특히 미래 산업으로 떠오른 배터리 산업의 공장이 반도체와 달리 비(非)수도권에 흩어져 분포하면서 지역 균형발전을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을 거점으로 한 배터리 소재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외국 회사들의 추가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재후/강미선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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