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장 변하는데 아직도 수출품 80%가 중간재"

한경 후원 산업경쟁력포럼

"중국을 생산기지로만 여기면
한국, 교역서 불리해질 것"
“중국은 ‘공장’이 아니라 ‘시장’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이런 중국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교역에서 손해를 보는 겁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중국을 단순 생산기지로 보는 시각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21일 서울 마포 현대빌딩에서 ‘한국 산업의 대중국 의존,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열린 제69회 산업경쟁력포럼에서다.중국 수출 품목이 중간재에 쏠려 있는 대목도 지적했다. 양 위원은 “지난해 기준 대중국 수출의 80%가 중간재이고, 소비재는 5%밖에 되지 않는다”며 “중국을 소비재 판매시장으로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전 세계에서 벤츠 S클래스의 36%를 소비하는 나라가 중국일 정도로 세계 최대 소비재 시장”이라며 “철강, 화학 등 전통적 중간재 수출에 목매는 시기는 지났다”고 했다.

막연한 ‘탈(脫)중국’ 논의도 세분화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 소장은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누리던 제품은 ‘탈중국’, 중국과 경쟁이 심화돼 경쟁력이 약화된 제품은 ‘감(減)중국’, 신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에 빨리 뛰어들어야 하는 부문은 ‘진(進)중국’해야 한다”고 했다.

무역수지에만 집착하지 말고 전반적 경상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24시간 반도체 라인을 돌려 버는 돈이나,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 여행 와서 버는 돈이나 다 같은 돈”이라며 “중국에 공장을 지어 물건을 파는 것 외에 관광이나 금융투자로 돈을 버는 모델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오히려 한국으로선 기회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IRA를 우회하려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을 제조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차전지에 쓰이는 양극재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할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며 “중국의 양극재 상위 기업들이 한국에 우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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