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환대한 바이든, 시진핑엔 "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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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총리, 미국 국빈방문미국과 인도가 ‘중국 견제’를 매개로 빠르게 가까워지는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닷새 일정의 미국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미국과 인도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방위산업과 첨단기술 부문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동맹이 아닌 국가와는 쉽게 공유하지 않던 일부 핵심 기술에 인도가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美, 中견제·경협 위해 인도와 밀착
모디 만나러 애플·구글 CEO 출동
인도 공장 설립 등 논의할 듯
中, 바이든 '독재자' 발언에 반발
"결연한 반대…정치적 존엄 침범"
미국과 중국 간에는 다시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라고 지칭하며 미·중 갈등의 불씨를 다시 살렸다.
○인도에 손 내미는 미국
모디 총리는 미국 뉴욕에 도착해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모디 총리는 21일 세계 요가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다음 워싱턴DC로 이동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 22일에는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다음 국빈만찬에 참석한다.미국이 모디 총리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도는 미국 주도 안보 협의체 ‘쿼드’의 핵심 축이다. 미국 인도 일본 호주 등 쿼드 참가국은 중국의 해상 장악을 저지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 지역인 카슈미르에서도 군사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에는 인구 14억 명의 인도 소비시장 역시 중요하다. 지난 2월 인도 항공사 에어인디아는 미국 보잉에 여객기 220대를 한꺼번에 주문했다.
미국은 모디 총리와의 회담에서 군사와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제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제트기 엔진을 인도에서 생산하는 방안과 30억달러 규모의 제너럴아토믹스 드론 구매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모디 총리는 미국의 주요 민간 기업인과도 만난다. 그는 미국에 도착한 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테슬라의 인도 공장 설립 등 미국의 공급망 다변화 정책과 관련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 팀 쿡 애플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과도 만날 예정이다.
모디 총리가 22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것도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는 “한때 인권 관련 우려로 미국 비자 발급이 거절됐던 지도자에게 흔치 않은 예우를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디 총리는 2005년 구자라트주지사 시절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입국을 거부당했다. 2002년 구자라트에서 발생한 종교 관련 폭동에서 1000명 이상의 이슬람교도가 힌두교도들에게 살해된 사건을 방치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과의 긴장감 여전한 미국
모디 총리가 미국의 환대를 받는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지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모금행사에서 “우리가 정찰풍선을 격추했을 때 시 주석은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몰라 화를 냈다”며 “정찰풍선이 알래스카를 지나 미국 본토로 날아가던 중 경로를 벗어난 것을 몰랐다는 건 독재자에게 정말 창피한 일”이라고 말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이전에도 시 주석을 여러 차례 독재자라고 언급했다. 그는 2021년 9월에도 시 주석과 통화한 직후 시 주석을 겨냥해 “21세기에도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진심으로 믿는 독재자가 많다”고 했다.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인도와의 관계 강화 목적이 중국 견제에 있다는 관측에 대해 “이번 국빈 방문은 중국에 관한 것이 아니고 중국에 메시지를 보내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을 독재자로 칭한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대해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밝혔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매우 터무니없고 무책임하며, 기본적인 사실과 외교적 예의에 엄중하게 위배되고, 중국의 정치적 존엄을 크게 침범한 것으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규정한 뒤 이같이 밝혔다.한편 러시아를 둘러싼 미국 등 서방과의 갈등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도는 지난해 러시아의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했고,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사들이는 등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 군사 장비의 50%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이현일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