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작은 핵합의' 논의 속도…"레드 라인 긋는 차원"

이란 협상 대표, 카타르서 '핵협상 중재' EU 사무차장과 회담
"이란 내 구금 미국인 3명 석방 조건 한국 동결 자금 해제 추진"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과 미국인 수감자 석방과 관련한 미·이란 간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 지역 매체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3월부터 미국과 이란 고위 관리들이 오만에서 여러 차례 만나 관련 협상을 진행했다.

양국은 미 의회를 거쳐야 하는 합의가 아닌 '양해'(understanding)의 형태의 '임시 합의'를 추진 중이다.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이란의 고위 인사들은 중재국인 오만과 카타르를 연이어 방문해 타결 시 이행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 바게리카니 이란 핵협상 대표는 2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엔리케 모라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EEAS) 사무차장과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바게리카니 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모라 사무차장과 대이란 제재 해제를 위한 진지하고도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썼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카타르를 방문한 데 이어 이날 오만을 찾아 고위 인사들과 잇따라 회담했다. 사이드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최근 아랍권 매체 알모니터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의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현재 남은 것은 기술적인 문제라면서 "양측이 어떤 단계와 타임 프레임 안에서 합의를 이행할지 조율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중동·유럽 관리들을 인용해 미·이란 양자 협상에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미국인 수감자 석방', '친이란 민병대의 미군 공격 중단', '한국 내 이란 자금 동결 해제' 등의 내용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브렛 맥거크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은 오만에서 이란 측 고위 관리와 최소 두차례 만나 협상했다고 WP는 전했다.

현재 논의 중인 협상이 타결되면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 약 70억달러(약 8조9천억원)가 카타르·오만·영국 같은 제3국으로 송금된다.

미 재무부의 감시가 가능한 금융기관으로 옮겨진 자금의 용도는 식량·의약품 구입 등 인도주의 목적으로 제한된다.

미국이 석방을 요구하는 미국인은 시아마크 나마지(51) 등 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마지는 2016년 미국 정부를 위한 간첩 행위 등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그의 아버지 바게르(86)는 이란에서 구금 중 건강이 악화해 지난해 10월 치료를 위해 석방됐다.

이란·미국 이중국적자인 에마드 샤르기(58), 이란·미국·영국 삼중 국적자인 모라드 타흐바즈(67)도 현재 테헤란 에빈교도소에 구금 중이다.

신문은 이번 협상은 2015년 타결된 JCPOA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 간 분명한 '레드라인'(위반하면 걸맞은 대응이 뒤따르는 금지선)을 긋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WP에 수감자 석방 관련 협상과 대이란 제재를 완전히 푸는 것은 기술적으로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추진하는 협상을 '미니 딜'(부분 타결)이라고 묘사하면서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금을 돌려줄 경우 이 돈이 중동 지역 친이란 무장 세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5년 타결된 JCPOA는 이란이 농축할 수 있는 우라늄 농도를 3.67%로 제한하고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국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이에 대응해 그다음 해부터 우라늄 농도를 60%까지 높여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인 2021년 시작한 핵합의 복원 회담은 1년 넘게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