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차 건보 종합계획, 중증 필수의료 중심 보장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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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전 보건사회연구원 원장2019년 건강보험의 건전한 운영을 위한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19~2023년)’이 발표됐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부터 수립시행되었던 ‘건강보험 중기 보장성 강화 계획’이 3차 계획(2014~2018년)을 끝으로 종료됨에 따라 그 범위를 보장성이 아닌 제도 전반으로 확장해 실시된 건강보험 정책 방향에 대한 최초의 마스터 플랜이었다.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은 문재인정부의 건강보장 계획이기도 했다. 2017년에 공표한 문케어는 ‘2022년까지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기치 아래 향후 5년간 30조 6000억원을 투입해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해 2016년 62.6%에 머물던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끌어올리는 한편, 재난적 의료비 등 취약계층의 의료안전망 강화 등을 목표로 했다.올해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을 수립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1차 종합계획을 평가해보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2021년 현재 64.5%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쳐 목표 보장률 70% 달성은 요원해졌다. 재난적 의료비 발생 가구 비율은 여전히 OECD 평균인 1.6% 보다 3배 수준인 4.6%이다.
소아 외상, 응급, 희귀난치질환 등 필수의료 보장에도 구멍을 보였다. 특히 비급여 통제에 실패해 불필요한 의료 남용을 야기함으로써 비급여 진료비 증가→실손보험료 급증→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이 2028년에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8년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이 종료되는 시점인 만큼, 2차 종합계획의 성패가 향후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따라서 2차 종합계획은 앞서 언급한 1차 종합계획의 공과를 반면교사 삼아 곧 다가올 건강보험의 재정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보건의료 분야 싱크탱크인 미래건강네트워크에서 한국갤럽과 함께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설문에 따르면, 건강보험의 우선순위는 중증질환 및 필수의료에 두어져야 하며, 응딥자의 73%는 중증질환 보장을 다빈도 경증질환 보장 보다 우선에 두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 보장률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응답(45.5%) 보다는 중증질환 보장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응딥(85%)하고 있어 국민들은 중증질환 보장에 재원의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론적으로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여지가 없는 고액의 중증질환에 대한 우선적인 보장이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사용에 부합할 것이다.
또한, 국민 87.9%가 신약과 신기술의 신속한 보장을 원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신기술이 건강보험 적용에 걸리는 기간은 평균 861일로 법정 기간인 100일의 8.6배이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2011~2020년 전 세계 617개 신약 중 한국에 출시된 것은 35%인 225개에 그친다.건강보험의 적용이 지연되면 치료제가 있음에도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고비용의 치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메디컬 푸어로 전락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첨단의료에 대해서 선(先)적용 후(後)평가하는 기전을 도입하여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혁신의료에 의한 적기 치료는 기존 기술에 의존한 장기적이고 비효율적인 치료로 발생하는 비용 낭비와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설문에서 국민의 73.3%가 건강보험료 수준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하고 있고, 80%가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원은 피보험자인 국민들이 납부하는 보험료와 정부의 지원금으로 조성되는데, 정부 지원금은 현재 보험료 수입액의 14%에 머물고 있다.
이는 법에서 규정한 국고지원 비율 20%에 턱없이 못 미친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국고지원율의 법적 준칙을 지키고 국민의 보험료 부담의 과도한 인상에 상한을 두도록 건강보험 재정지출의 통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국민 82.4%는 중증희귀질환자 및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의료안전망 구축에 동의하고 있다. 현재에도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이 시행 중이나 여전히 미흡하다. 본인부담 의료비 총액이 연 소득 10% 초과 시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지원 대상이 중위소득 100% 이하이고 재산과표가 7억 원 이하에 해당되어야 한다. 상당 수의 중산층이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가계 연소득의 5%를 초과하지 않게 보장하고, 여러 부서로 분산된 각종 의료비 지원사업들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료안전망을 별도의 기금으로 조성하여 운영한다면 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의료복지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은 국민의 의사가 잘 반영된 수요자 중심의 의료보장 계획이어야 한다. 중증필수의료와 혁신의료가 국민 누구에게나 보장되는 선도적인 국민건강보험이 되고, 의료 약자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장한다는 믿음을 갖게 하고,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재정적 효율이 확보되는 건강보험 종합계획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