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에만 '사망' 세 번"…'실종' 잠수정 섬뜩한 면책 서류

"잠수정 시제품…공인기관 미승인"
책임 회피 위해 면책 서류에 적시
침몰한 여객선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보려는 관광객을 위해 운영되는 심해 잠수정이 실종돼 19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해안경비대가 수색작업에 나섰다. 사진은 2021년 6월 잠수정을 소유한 미국의 해저탐사 업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이 공개한 잠수정 사진. /사진=연합AP
대서양에서 실종된 타이태닉호 관광용 잠수정 운영사가 탑승객들에게 사망할 경우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서류에 서명하게 한 사실이 확인됐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잠수정 '타이탄'을 타고 타이태닉호를 관광한 '심슨가족'의 작가·제작자인 마이크 리스(63)는 "서명한 면책서류의 첫 장에만 '사망'이라는 단어가 세 번이나 들어가 있었다"고 밝혔다.WSJ이 CBS 방송 기자 데이비드 포그에게 확인한 면책서류에는 "잠수정 탑승 시 신체적 부상이나 장애, 정신적 트라우마, 사망도 발생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었다. 특히 포그가 서명한 면책서류에는 "이 잠수정은 시제품으로서 어떠한 공인기관으로부터 승인받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면책서류에는 여덟 가지 방식으로 사망이나 전신 불구가 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극단적인 내용이 면책서류에 포함됐는데도 포그가 서명을 한 것은 오션게이트의 안전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포그는 "지난해 탑승 시점까지 오션게이트 잠수정 탑승객 중에선 사망은 물론이고 단 한 명의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잠수정의 안전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전문가들뿐 아니라 오션게이트 내부에서도 제기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오션게이트에 탑승자 보호를 위해 전문 기관의 감독하에 시제품을 테스트하라고 권고했지만, 오션게이트는 이를 무시했다.이번 WSJ 보도에 따르면 오션게이트는 책임 회피를 위해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면책서류에 적시한 뒤 탑승객의 서명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편 리스는 잠수함 탑승 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연필과 노트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심해에서 농담을 써서 세상에 선물로 남기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타이태닉호 잔해 관광은 큰 문제 없이 종료했다. 리스는 "잠수정 안은 의자가 없는 미니밴 크기였지만, 폐쇄된 느낌은 들지 않았다"며 "아주 편안하고 소박했다"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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