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는 올바른 구조를 만들고, 직원은 톱니바퀴가 돼라![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식학 이론의 창시자’ 안도 고다이의 신작
출간 일주일 만에 15만부 돌파하며 화제

자유로운 애플 뒤에도 ‘철저한 규율’ 있어
‘조직이 있어야 개인이 있다’고 강조
‘구조화’ 또는 ‘조직화’는 일본 경영계가 좋아하는 단어다. 자율성과 유연성이 강조되는 21세기 경영 환경이지만, 일본 경영계는 유독 어떤 틀에 맞춰 생각하거나 매뉴얼에 따라 조직을 관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식학’(識學) 이론은 최근 일본 경영계가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조직관리 기법이다. 현재까지 일본 내 약 3500개 회사가 도입해서 활용하고 있는 식학은 의식구조학의 일종으로, 조직 내에서 오해나 착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찾아내고,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학문이다. 식학 이론의 창시자이자 주식회사 식학의 대표이사인 안도 고다이(安藤広大)는 지난 5월 출간한 자신의 세 번째 책 <어쨌든 구조화(とにかく仕組み化)>를 통해 식학 이론의 완결편을 선보였다. <어쨌든 구조화>는 일본에서만 75만 부를 돌파한 시리즈 <리더의 가면>, <수치화의 귀신>에 이은 세 번째 책으로 출간 일주일 만에 15만 부를 돌파하는 등 일본 내에서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책은 ‘사람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 관리’이며, 그것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지 설명한다. 경영자는 올바른 구조를 만들고, 직원은 톱니바퀴가 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의 비밀이라고 강조한다.

스티브 잡스의 성공 사례는 전 세계 경영자들에게 커다란 자극을 선사했다. 창의력과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자유로운 경영 환경이 애플의 혁신 비결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면서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발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자 책임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고다이는 스티브 잡스의 성공 신화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애플에도 ‘철저한 규율’이 존재했다. 신속하게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기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선해 나가는 조직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애플의 혁신이 가능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쨌든 구조화>는 화려한 아이디어나 개인의 카리스마 뒤에는 분명 조명받지 못하는 ‘구조화된 조직’이 있다면서 ‘조직이 있어야 개인이 있다’고 강조한다. 조직을 원활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각 개인이 톱니바퀴처럼 서로 잘 맞물려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조직보다는 개인이, 규율보다는 자율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매뉴얼을 파괴하고 있다고 본다. 매뉴얼이나 규칙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어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모든 매뉴얼과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잘못된 구조가 있다면 그것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것 역시 리더의 역할이다. 구조 또는 규칙이라는 말에서 거부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불합리하거나 불편한 것들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칙은 과거 어떤 문제가 있었고, 문제 해결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모든 규칙을 무턱대고 무시하기보다는, 규칙 가운데 이제는 쓸모없는 것들은 개선하고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책은 “새로운 요리의 탄생은 기존의 레시피를 먼저 충실히 학습하고 익힌 후에 가능하다”라는 말을 전하며 ‘틀에 박힌 생각’과 ‘구조화된 장치’를 무조건 무시해서는 안 되며, 그것이 조직의 기반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