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르네상스의 두 사람·피맛골에 내려온 남산의 토끼

마랑 몽타구의 내가 사랑한 파리
▲ 르네상스의 두 사람 = 박은정 지음.
근대 과학의 문을 연 인물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와 관련된 이탈리아 유물과 유적지를 스토리와 함께 소개한다. '모나리자'나 '최후의 만찬'과 같은 작품을 남겨 예술가로 각인되기 쉽지만, 저자는 다빈치를 인간과 자연 우주의 모습을 보고 경험한 대로 표현하고 기록했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규정하고 과학사에 남긴 발자취를 더듬는다.

피렌체를 대표하는 건축물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일명 두오모 성당)의 건축에 얽힌 일화나 견습공으로 공사에 참여했던 다빈치가 남긴 기중기 스케치를 보면 관찰과 기록이 일찍부터 그의 일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빈치는 인체를 더 자유롭게 표현하려는 욕심에 근육이나 혈관이 피부와 뼈에 어떻게 연결되는 면밀하게 분석하기도 했다. 시신을 여러 번 해부하면서 관찰하고 그린 인체 해부도는 "최고의 과학 노트"라고 평가받는 수준이 된다.

갈릴레이와 관련해서는 단연 주목받는 도시는 피사다.

우선 그가 자유낙하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진 피사의 사탑이 연일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갈릴레이는 성당에서 흔들리는 램프를 보고 진자의 주기는 진자의 폭과는 상관없이 일정하다는 진자의 등시성을 발견했다.

이 램프는 피사 성당 옆에 있는 캄포산토 묘지에 보관돼 있다.

플루토. 264쪽.
▲ 피맛골에 내려온 남산의 토끼 = 김찬휘·김진형·정치영 지음.
뜨거운 햇볕이 쏟아지던 1971년 여름의 어느 날 인천 송도해수욕장은 말 그대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산책이나 공놀이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 가까운 수준이다.

수질이 나쁘기로 악명이 높았지만, 수도권 거주자들이 대중교통으로 당일치기 물놀이를 할 수 있어서 나들이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50년이 지난 2021년 같은 장소를 찍은 사진을 보면 해수욕장은 온데간데없고 자동차가 빽빽하게 놓여 있다.

2011년에 해수욕장이 폐장하고 중고 자동차 수출단지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송도는 '국제도시'라는 간판을 걸고 일대에는 아파트 숲이 늘어섰다.
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의 변화를 사진과 글로 알기 쉽게 보여주는 책이다.

행인들이 왼손을 들고 길을 건너는 세종대로의 횡단보도, 고층 건물 대신 소박한 빈대떡집 간판이 보이는 종로 피맛골, 고가도로 건설을 위해 70m 떨어진 곳으로 옮기기 전의 독립문 등 현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며 짧은 타임머신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회평론아카데미. 256쪽.
▲ 마랑 몽타구의 내가 사랑한 파리 = 마랑 몽타구 지음. 신윤경 옮김.
가장 파리지앵다운 일러스트레이터로 꼽히는 마랑 몽타구가 상점, 공방, 아틀리에 등 파리에 있는 보물창고 19곳을 소개한다.

뜨내기 여행객은 알기 어려운 공간의 역사, 특징, 취급 품목, 뒷얘기 등을 다양한 사진과 함께 제시한다.

예를 들어 파리 6구 생미셸대로 60번지에 있는 광물학 박물관의 진열장과 보관함에서는 지구 깊숙한 곳에서 탄생한 암석부터 우주에서 온 운석 조각까지 수천개의 광물을 볼 수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행성지질학자 비올렝 소테르도 2020년 화성 탐사선에 실린 레이저 설계에 사용된 표본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고 한다.

1904년 설립된 화실 '아카데미 드 라 그랑드 쇼미에르'에서는 물감투성이가 된 이젤과 의자들이 화가의 꿈을 키우는 이들의 열정을 느끼게 해준다.

무엇이 파리를 파리로 만들어주는지 생각하는 책이다. 문학수첩. 24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