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제는 '反 디리스킹' 캠페인…리창 총리, 유럽서 깃발

관영매체 "중국내 유럽기업 투자심리 하락은 EU의 디리스킹 때문"
미국이 대중국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에 선을 그으며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을 공식 표방하고 나서자 디리스킹에 맞선 중국의 대응도 바빠지고 있다. 유럽을 방문 중인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20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중국 경제포럼에서 "디리스킹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국가를 억제하거나 배제하는 차별적 조처를 관철한다면, 이는 시장의 원리와 공정경쟁,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2일 중국에서 활약하는 유럽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심각하게 하락했다는 유럽연합(EU)발 보고서와 관련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내 유럽 기업들 투자심리 하락의 근본 원인은 EU의 디리스킹 행보라고 지적한다"고 썼다.

추이훙젠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유럽연구소장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투자하는 유럽 기업들은 사실 중국 쪽보다는 유럽 쪽에서 더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이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18∼19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중국 방문을 계기로 디리스킹을 새롭게 제기하고 나서면서 중국 입장에서는 '산 넘어 산'이다.

최근까지 널리 통용된 디커플링은 중국과의 전반적인 분리, 즉 전체 산업망과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이라는 느낌을 줬다.

디커플링에 대한 이런 인식은 사실 현실과 괴리가 있었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대중국 디커플링을 표명한 적이 없고, 실제로도 전체 산업이 아닌 첨단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일부 전략 산업 영역에서만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시도해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국의 정책이 전반적인 대중국 디커플링으로 널리 인식되는 동안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자 거대 시장인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가능하지도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대확산에 따른 전 세계 공급망 위기 속에서 타당하지도 않다'는 단순명쾌한 논리로 대응하면 됐다.

특히 중국과 교역으로 깊이 엮인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반 디커플링 노력을 강화한 결과 4월 방중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으로부터 '디커플링 반대' 발언을 끌어내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미국이 최근 블링컨 방중을 계기로 전반적인 대중국 디커플링은 선택지가 아님을 명확히 밝히면서, 대신 중국의 국방력 강화로 연결되는 핵심 기술에 대한 접근 차단에 초점을 맞춘 디리스킹을 추구할 것임을 천명하자 중국은 대응 방식과 논리를 새로 정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첨단 반도체 등 핵심 전략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구상은 본질적으로 변함이 없지만, 그런 구상의 모토가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재정립되면서 중국으로선 새로운 대응 논리가 필요해진 형국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