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인도 위상…모디, '레드카펫' 밟으며 美서 투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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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체할 나라 인도밖에 없다" 판단
머스크도 "나는 모디의 팬"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 기업인들과 릴레이 회동에 나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전설적인 투자자 레이달리오를 만난 데 이어 빅테크 CEO들을 잇따라 접촉한다. 인도가 유일한 중국 대체재로 인식되는 점을 활용해 미국에서 투자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모디 총리가 머스크 CEO를 만나 인도 내 생산기지 건설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 CEO는 모디 총리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나는 모디의 팬"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사실 인도의 미래에 대해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다"며 "인도는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 더 유망하다"고 추켜세웠다.그는 인도 투자 계획의 구체적인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인도는 태양광과 풍력을 통한 미래 지속 가능한 에너지 발전에 굉장한 잠재력이 있다"고 답했다. 또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언급하며 "우리는 인도가 스타링크를 가져가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거나 인터넷이 매우 비싸고 느린 외딴 시골 마을 같은 곳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모디 총리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에게도 투자를 요청했다. 이어 22일엔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팀 쿡 애플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을 만난다. 일부 빅테크 CEO와는 23일 별도 간담회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모디 총리 방문 기간 제너럴일렉트릭(GE)이 인도 방산업체 힌두스탄에어로노틱스와 인도 전투기 엔진 생산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TD증권은 "인도의 밝은 성장 전망과 중국 대체지를 찾는 세계적 경향 때문에 인도가 투자 유치에 도움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디 총리도 이전과는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그는 2005년만 해도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유혈 충돌 사태를 방관했다는 이유로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그러나 이번엔 2014년 집권 이후 5회째 방문 만에 국빈초청을 받았다. 2016년에 이어 두번째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도 한다. 그동안 두 차례 이상 미 의회 연설을 한 외국 정상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으로 손꼽힐 만큼 적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 외에 중국에 대항할 만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미국이 인도에 두꺼운 레드카펫을 깔아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