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에 대한 편견은 사회 제도 속에서 형성된다"

비만 혐오 사회에 대한 일침…신간 '우리가 살에 관해 말하지 않는 것들'
"나는 늘 뚱뚱했다. 통통하다거나 포동포동하다거나 건장하다거나 풍만한 게 아니라 뚱뚱했다.

"
책의 첫 문장은 도발적이며 어떤 점에서는 박력 있기까지 하다.

최근 출간된 '우리가 살에 관해 말하지 않는 것들'(원제: What We Don't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Fat)에 관한 얘기다. 미국 작가이자 활동가인 저자는 많은 비만인이 고도비만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허우적대며 살아간다고 말한다.

저자도 그랬다.

'괴물 같고' '역겨우며' '전염병 같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 삶이었다. 배가 고파 음식을 한 그릇 더 먹으려고 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혀를 쯧쯧 찼다.

가장 우호적인 반응이라 해도 '그게 그렇게 싫으면 살을 빼'라는 조언 정도였다.

그런 삶 속에 자아가 뿌리내릴 공간은 없었다. 저자도 한때 자신감을 상실했고, 자기 비하에 빠졌다.

그러나 뚱뚱한 몸에 대한 편견이 사회적 제도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깨닫게 된 후 그는 그 구조를 깨뜨리기 위한 활동에 나섰다.

이 책도 그런 활동의 일환이다.

저자는 뚱뚱한 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다이어트 산업, 공중보건 캠페인, 대중문화 등의 구조적·제도적 문제를 꼬집는다.

가령, 학생들의 체질량지수(BMI) 추적과 같은 교육 보건 정책은 과학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날씬해야 한다'는 편견을 부추긴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체중은 개인이 자기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유전적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뚱뚱함은 실패가 아니며, 그러므로 날씬함도 성취가 아니다.

신체 사이즈는 대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일이며, 드물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존중·존엄성·서비스를 누리기 위해, 또는 일자리를 얻거나 음식을 구하는 것처럼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날씬한 몸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어서는 안 된다. "
동녘. 장한라 옮김. 38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