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 외친 토머스 제퍼슨도 가짜뉴스 생산자였다"

신간 'CIA 분석가가 알려주는 가짜뉴스의 모든 것'
단편 소설 '검은 고양이'로 유명한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기자로 취업했다. 뉴욕시에서 발행되는 신문 '더 선'(The Sun)에서 일하게 된 그는 1844년 열기구를 타고 처음으로 대서양을 횡단한 조종사의 이야기를 기사로 썼다.

그는 1836년 영국에서 독일까지 날아갔던 열기구 조종사의 인용문까지 곁들이며 기사를 충실하게 처리했다.

다른 신문들은 일제히 그의 기사를 받았다. 그러나 기사는 사실이 아니었고, '더 선'은 기사를 내보낸 지 이틀 만에 전문을 취소했다.

역사가와 문학 비평가들은 포의 기사가 의도적 날조인지, 아니면 현 세태에 대한 풍자였는지를 놓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쳇말로 포의 기사가 '가짜 뉴스'라는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오랫동안 군사 정보 분석가로 활약했던 신디 L. 오티스가 쓴 'CIA 분석가가 알려주는 가짜뉴스의 모든 것'(원더박스)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역사 속에 등장한 '가짜 뉴스'를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고대 이집트부터 미국 대선까지를 통시적으로 조망하며 가짜 뉴스의 전략과 패턴 등을 살핀다.
이집트 람세스 2세는 가짜뉴스를 통치에 활용했다. 당시 이집트는 시리아 인근 무역 중심지 카데시를 놓고 히타이트와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람세스 2세는 전투에서 열세에 처했고, 패배 직전이었다.

신의 계시를 받은 그는 왼손에 창을, 오른손에 검을 들고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적진을 누볐다.

적들은 왕의 용맹에 전의를 상실해 도주했다.

승리를 기념해 람세스 2세는 '펜타우르의 시(詩)'를 지어 퍼뜨렸다.

백성들은 람세스 2세를 신의 아들로 여겼다.

그러나 먼 훗날 람세스 2세와 히타이트 왕 하투실리 3세가 나눈 편지가 발견되면서 람세스의 승전은 가짜로 판명됐다.

편지를 보면 전투에서 양 진영은 모두 막대한 희생자가 나왔으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가짜뉴스는 고대의 산물만은 아니었다.

"신문 없는 정부보단 정부 없는 신문을 선택하겠다"는 말로 유명한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도 가짜 뉴스의 선구자였다.

그는 '내셔널 가제트'라는 신문을 만들어 가짜뉴스를 양산했는데, 주로 자신의 정적인 알렉산더 해밀턴과 존 애덤스를 공격하는 데 매체를 활용했다.
이 밖에도 책은 에이즈 바이러스를 미국 정부가 확산시켰다는 소문을 퍼뜨린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적극적 활동,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부정한 연구에 후원을 아끼지 않은 담배회사의 기민한 움직임, SNS를 타고 번졌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등 다양한 가짜 뉴스 사례를 전한다.

저자는 "가짜 뉴스가 감정을 이용함으로써 사람을 속인다는 것을, 인종차별주의·정치적 분열· 음모론 같은 것들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글을 쓴 사람이 누구며 그 동기가 무엇인지를 우리는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중서 옮김. 41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