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룰' 외친 버질 아블로의 300% 특별한 나이키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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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당신이 절대 그냥 스크롤을 내릴 수 없을 만한 스니커즈를 만들고 싶다.”
나이키 '더 텐' 시리즈 스토리
"기존 디자인의 3%만 변경"
신발끈 등 작은 디테일 챙겨
세상에 없던 10개 모델 탄생
세계 첫 루이비통의 흑인 디자이너이자 패션 디자인의 전설로 불리는 버질 아블로(사진)가 2017년 나이키와 함께 첫 운동화를 선보이며 뱉은 첫 마디다. 당시 아블로는 스트리트 브랜드계의 명품으로 불리던 ‘오프화이트’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2017년 전환점이 필요했던 나이키는 세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아블로에게 “신발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했다. 제작 과정도 전적으로 그에게 맞추기로 했다. 그렇게 2020년까지 전설의 나이키 스니커즈 컬렉션 ‘더 텐’이 탄생했다.‘더 텐’은 나이키와 오프화이트가 손을 잡고 디자인한 운동화 컬렉션으로, 이름 그대로 딱 10개의 모델이 세상에 나왔다. 아블로는 디자인에서 ‘3%의 규칙’을 내세웠다. 기존의 디자인을 딱 3%만 바꾸면 세상에 없는 새로운 디자인이 탄생한다는 것. 나이키와의 협업도 이 원칙이 진행됐다.
기존 운동화의 아주 작은 부분들을 해체하고, 변화시키며 세상에 없던 새로운 ‘아블로식 운동화’를 만들어냈다. ‘더 텐’ 컬렉션이 스니커즈 덕후에게 더욱 특별한 이유는 이 작업이 나이키가 추구하고 있는 디자인 철학을 다듬어 준 청사진이 됐기 때문이다.
10개 컬렉션 중에서도 출시 당시부터 지금까지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더 텐’의 시그니처 모델은 두 가지다.2017년 10월 가장 처음 공개된 시리즈는 ‘에어 조던 1 레트로’다. 아블로는 이 운동화에 ‘시카고’라는 별명을 붙였다. 나이키의 고전적인 하이 조던 실루엣에 더해진 빨간색 본체에 검은 스우시 문양이 시카고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시카고는 특히 아블로가 가장 애착을 보였던 신발로 유명하다. 지난해 그의 사망 소식 이후 770만원이던 이 신발의 리셀가는 1100만원까지 치솟았다.
‘시카고’의 후속 모델을 선보여야 했던 아블로에게 전작의 관심은 부담으로 다가왔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새로운 브랜드를 하나 더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며 또 한 번 스니커즈 마니아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함께한 브랜드는 고급 스트리트 주얼리 브랜드 크롬하츠다. 얼핏 보면 이 운동화는 나이키의 기존 에어 조던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모델에서 아블로의 3% 룰이 명확히 드러난다. 신발 끈이 나오는 모든 구멍을 크롬하츠의 금속으로 바꿔 달고 오프화이트의 브랜드 로고를 밑창 옆 작은 텍스트로 달아 넣었다.
신발 끈도 아블로와 오프화이트만의 스타일로 새로 디자인했다. 그가 외쳤던 3%처럼, 아주 사소한 디테일만의 변화로 세상에 처음 나오는 색다른 신발이 탄생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