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SNS' 울산 선수들, 1경기 출전정지·벌금 1천500만원(종합)

구단에도 벌금·정승현은 징계 피해…K리그 사상 첫 '인종차별' 징계
프로축구연맹 "인종차별·인권 침해 맞아…수위는 해외 사례 참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종차별적 언사로 물의를 빚은 K리그1 울산 현대 소속 선수들에게 제재금 1천500만원과 1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부과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울산 소속 이명재, 이규성, 박용우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

이명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전북 현대에서 뛴 태국 선수 사살락 하이프라콘을 언급하며 '사살락 폼 미쳤다'는 조롱조의 글을 남긴 박용우와 '동남아시아 쿼터 든든하다'고 쓴 이규성이 이 같은 징계를 받았다.

'기가 막히네'라고 쓴 정승현은 징계를 피한 가운데 정승현에게 '니 때문이야 아시아쿼터'라고 답하는 등 이들과 댓글로 대화한 이명재도 같은 징계가 받았다. 연맹은 정승현과 관련, "해당 대화에 참여했으나 인종차별적 언급을 하지 않아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연맹은 울산 구단에는 선수단의 관리 책임을 물어 제재금 3천만원을 부과했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인종차별과 관련해 상벌위가 열린 건 처음이다.
선수들이 SNS상에서 나눈 대화가 공분을 일으킨 끝에 40년 K리그 사상 최초로 인종차별 문제로 징계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 11일 이명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이규성, 정승현 등이 댓글로 대화를 이어가던 중 사살락의 이름이 뜬금없이 등장했다.

축구 팬들은 사살락의 실명이 등장한 게 이명재의 피부색이 까무잡잡하다는 이유로 선수들끼리 서로 놀리는 과정에서 나왔다며 인종차별적인 언사라고 비판했다. 팀 매니저까지 '사살락 슈퍼태킁(태클)'이라고 쓴 가운데 울산 구성원들이 외국 선수를 겨냥해 공개적으로 조롱조 발언을 한 터라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이명재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고, 대화에 등장한 박용우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팀 동료의 플레이스타일, 외양을 빗대어 말한 제 경솔한 언행으로 상처받았을 사살락 선수 그리고 모든 팬, 주변인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사과의 글을 남겼다.

프로연맹 규정에 따르면 인종차별적 언동을 한 선수는 1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 1천만원 이상의 제재금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사정을 감안해 징계 하한선의 절반까지 감경할 수 있으니, 이들의 행동을 인종차별로 봤다면 규정상 최소치는 5경기 출장정지였을 터다.

연맹은 "선수들이 특정 인종이나 개인을 비하, 모욕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건 아니지만, 피부색과 외모 등 인종적 특성으로 사람을 구분하거나 농담 소재로 삼는 행동 역시 인종차별이나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차별적 인식이 내재한 표현을 SNS에 게시한 경우에 대한 해외 징계 사례를 참고했다"며 징계 수위가 약해진 배경을 전했다.

그러나 인종차별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있는데도 이를 벗어난 수준의 징계를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 '솜방망이'라는 비난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실제로 그라운드가 아니라 SNS에서 인종차별적 언사가 문제가 된 해외 사례도 징계는 강하지 않았다.

2019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의 베르나르두 실바가 트위터에서 동료 뱅자맹 멘디의 피부색을 짙은 갈색인 스페인 과자 브랜드 캐릭터에 비유해 1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5만 파운드(약 8천2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201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리오 퍼디넌드가 첼시의 흑인 수비수 애슐리 콜에게 '초코 아이스'라고 불렀을 때도 출전정지 없이 벌금만 4만5천 파운드(약 7천300만원)를 냈다.

이날 경위를 소명하러 상벌위에 출석한 선수들을 대표해 취재진 앞에 선 박용우는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용우는 "이번 일로 인해 정말 많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언행을 신중히 하고 조심하겠다"고 했다. 연맹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선수단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인권 의식 강화에 힘쓸 예정"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