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도 아니면서…' 소송대리로 15억 챙긴 개발업자 법정구속

변호사도 아니면서 소송을 대리해 막대한 이득을 취한 업자가 실형을 살게 됐다.

광주지법 형사37단독 이혜림 부장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67)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13억여원을 추징해 법정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광주의 한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정비사업자로 일하던 박씨는 해당 조합으로부터 설계용역을 수행한 A설계용역회사가 용역비를 받지 못하자 2015년 약정을 맺어 대신 소송을 진행하고 승소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용역비를 받지 못해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A사에 접근해 "8억원을 미리 줄테니, 승소금을 달라"고 설득해 약정을 맺은 박씨는 조카와 변호사 등을 동원해 소송에 나섰다.

박씨 측은 조합 측에 용역비를 청구한 1심 소송에서 승소해 26억원의 공탁금을 가지급금으로 받아냈다. 박씨는 1심 승소로 받은 공탁금 중 A사와 맺은 액정에 따라 미리 주기로한 8억원과 이자 등을 제외한 15억여원을 가져갔다.

하지만 A사는 결국 11억원을 받기는 했으나, 자금이 급해 미리 받기로 했던 약정 당시에는 8억원 중 2억원만 받았다.

여기에 2심에서는 조합측 항소가 받아들여져 A사가 일부 패소해 승소금도 일정액을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박씨 측은 재판에서 "조합에 대한 설계용역비 채권을 양수받아 소송을 변호사에게 위임한 것일 뿐, 법률 사무를 직접 취급하지 않아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판사는 "2심 패소 후 A사가 일부 패소해 떠안은 가지급금 반환 채무를 A사가 부담하게 된 점에 비춰 채권양도양수 계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박씨가 이 사건의 소송을 주도해 막대한 이익을 취득했다"며 "박씨가 장기간 책임을 회피해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