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매체 "한국, 녹색성장 약속하고도 실현 노력 미흡"

한국이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저탄소 녹색성장에 나서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적극적으로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말보다 행동이 필요하다"며 '나부터(me first)' 태도를 강조했지만,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8년 최고조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전 대통령의 후임 대통령들 역시 탄소 배출을 의미 있게 억제하는 데 큰 힘을 쏟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문재인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 배출량 0(넷 제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이는 실상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50 넷 제로'를 이루려면 연평균 5.4%의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의 감축 폭인 연간 2%, 미국과 영국의 감축 폭인 연간 2.8%보다 많은 양이다.

이 밖에 문재인 정부는 전체 발전량에서 석탄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8년 42%에서 2030년 22%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고도 재생 에너지에 대해선 상당히 적은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아울러 산업계에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억2천300만톤(t)으로 줄이라고 지시했지만, 관련 규제나 재정적 조치는 부족했다고 짚었다.
후임인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목표를 이어가면서도 상당 부분에서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재생 에너지 보조금과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낮췄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의 2030년 발전량 목표치 중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30.2%였으나 현 정부는 이를 21.6%로 줄였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현 정부가 기업의 압박으로 인해 산업계의 탄소 배출량 목표치도 완화했다고 꼬집었다.

산업 부문은 원래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4.5% 줄여야 했으나, 지난 4월 확정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는 산업 부문 감축률이 11.4%로 줄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이 원자력 발전량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며 청정 기술에 대한 공공 투자와 보조금 및 대출을 약속했지만, 실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후환경단체 '플랜 1.5'의 윤세종 변호사는 이코노미스트에 "윤석열 정부가 그린 청사진은 업계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며 "정부가 필요한 이행 조치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