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금리 격차 더 벌어질 수도…고민 깊어진 한은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인상해온 기준금리를 6월에는 동결했다. 다만 올해 말까지 두 차례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라는 얘기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5.00~5.25%, 한국은 연 3.50%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1.75%포인트 높은데, 이런 금리 역전 현상은 자주 발생하는 일이 아닐뿐더러 그 격차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1.75%P 높아

만약 연내 미국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0.25%포인트씩 두 번) 더 올리고 한은은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면, 미국(연 5.50~5.75%)과 한국(연 3.50%)의 금리 차는 2.25%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미 금리 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현실화할 경우 한은이 이를 무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수입 제품이 비싸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힘겹게 정점을 지난 물가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경기 침체 조짐을 고려하면 한은이 추가 인상을 쉽게 결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1분기 경제성장률(0.3%)은 겨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고, 무역수지는 15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1월까지 1년 반 넘게 이어온 금리 인상 행진의 부작용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무작정 금리를 더 높이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 등이 2금융권을 중심으로 터지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흔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금 유출·환율 상승 압박 우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한·미 금리 역전 상황은 지난 20여 년 동안 세 번 더 있었다. 1996년 6월~2001년 3월(최대 1.5%포인트), 2006년 5~8월(최대 1.0%포인트), 2019년 7월(최대 0.875%포인트)이다. 이들 세 차례 금리 역전기에 외국인의 주식·채권 투자는 순증(純增)을 기록했다. 이론과 달리 금리가 잠시 뒤집혔다고 해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진 않았다. 하지만 과거에 그렇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지는 순간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얼마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