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없던 듀시엔 근이영양증, 첫 유전자 치료제 나온다 [이우상의 글로벌워치]

FDA 신속승인 받아…효능 입증이 관건
간 독성을 비롯한 심각한 부작용 문제와 함께 아직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 사렙타테라퓨틱스의 듀시엔형 근이영양증(DMD) 유전자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넘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2일(미국 시간) DMD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것이 확인된 DMD를 앓는 4~5세 소아 환자 치료를 위해 ‘엘레디비스’를 신속승인한다고 밝혔다. 엘레디비스는 DMD 치료에 승인된 첫 유전자 치료제다. FDA는 이 유전병이 어린이의 생명을 위협하고 쇠약하게 만들며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미충족 수요를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DMD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근육이 쇠약해지는 희귀유전병이다. 근육세포를 온전하게 유지하는데 필요한 단백질인 디스트로핀의 합성을 맡은 유전자가 결핍돼 발생한다. DMD는 남아 3300명 중 1명 꼴로 2~3세 유아기에 발병하며, 여아에서 발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DMD가 나타나면 걷기, 달리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진행에 따라 호흡 근육과 심장 근육도 약화되면서 생존이 어려워진다. 이전까지 치료법은 근쇠약의 진행을 늦추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약물이나 운동 치료 등이 대부분이었다. 국내 DMD 환자는 2000여명으로 알려져있다.사렙타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엘레디비스는 안티센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약물로 돌연변이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1회 투여로 병이 완치되는 ‘원샷 치료제’ 형태의 유전자 치료제는 아니며 반복 투여가 필요하다.

사렙타테라퓨틱스는 지난해 9월 FDA에 신속승인을 신청한지 약 10개월만에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신약에서 가장 중요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위약과 비교했을 때 운동능력을 유의미하게 개선하지 못했다. 급성 간손상 문제도 심각했다.

하지만 엘레디비스의 임상적 이득과 위험성을 두고 진행한 전문가 자문위원회의 찬반 투표에서는 8대 6으로 찬성 표가 더 많았다. 미충족 수요를 고려할 때 이득이 더 크다고 본 것이다.효과적인 위험관리를 위해 FDA는 엘레디비스 첫 투약 후 3개월 동안은 간기능을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근염(근육 염증)에 대해서도 충분한 관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속승인을 통해 엘레디비스를 판매할 수 있게 됐지만 사렙타테라퓨틱스는 추후 임상을 통해 운동 개선에 명확한 효능이 있는지를 FDA에 입증해야 한다. 임상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6월 23일 11시 56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