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권재찬 감형…"판사 머릿속 보고 싶다" 오열한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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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사형'→2심 '무기징역' 감형연쇄살인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권재찬(54)이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았다.
항소심 "사형은 극히 예외적 형벌…기획 살인 단정 못 해"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이지영 김슬기 부장판사)는 23일 강도살인과 시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권재찬에게 1심의 사형 판결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한 원심 판단은 유지했다.재판부는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이 분명한 경우에만 선고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강도 범행을 기획하였음은 인정되나 나아가 살인까지 기획했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당연히 엄벌에 처해야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사형에 처하는 게 정당할 만큼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지 의문"이라며 "기간 없이 사회 격리되어 반성하고 참회하고 속죄하며 살아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권재찬이 범행 전 '인적 없는 거리', '부평 논밭 많은 곳', '복면강도', 'ATM 복면 절도'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한 것에 대해선 "검색 시점이 1개월 전으로 이 범행을 직접 염두에 뒀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판단했다.미리 수면제를 처방받아 피해자에게 먹인 행위에 대해선 강도 범행 준비라고 봤지만, 살인까지 치밀하게 계획했다면 해 뜰 무렵에 사람이 많은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범행했을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시체 유기를 도운 공범 살해 혐의에 대해서도 "살해 도구를 준비하는 등 계획적으로 살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연달아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것은 엄청난 범행으로 유족도 너무 큰 충격을 받았고 국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피고인이 최후 진술에서 원심의 사형 판결에 불만이 없다며 기각해달라고 하는 점 등은 반성의 취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권재찬은 이달 3일 최후진술에서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함을 느끼며 죄스럽게 숨을 쉬는 것조차도 힘들다"며 사형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피해자 딸과 사위는 재판 뒤 "사람을 3명이나 죽인 지독한, 지능적인 놈인데 저놈 말만 믿고 감형한다는 게…"라며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판사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며 오열했다.
권재찬은 2021년 12월 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한 상가 지하 주차장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승용차 트렁크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그는 이 과정에서 A씨의 신용카드로 현금 450만원을 인출하고 1100만원 상당의 소지품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시신 유기와 현금 인출을 도와준 직장 동료 B씨도 이튿날 인천 중구 을왕리 근처 야산에서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권재찬은 2003년에도 인천에서 전당포 업주(사망 당시 69세)를 때려 살해한 뒤 일본으로 밀항한 전과 등이 있다.
그는 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감형돼 2018년 출소했지만 3년여 만에 다시 범행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6월 23일 "교화 가능성이나 인간성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2심에서 사형을 구형했다.무기금고 이상이 선고된 피고인은 형사소송법상 항소와 상고를 포기할 수 없어 대법원에서 최종 심리를 하게 된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