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동안 오빠라고 불러"…동갑내기 부부 서열 뒤바뀐다 [이슈+]

6월 28일부터 '만 나이' 통일법 시행
여전히 '연 나이' 쓰는 영역 있어 주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는 생일이 이미 지났고 동갑인 아내 생일은 10월 말이라서 넉 달 동안은 제게 오빠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장유유서'의 나라 한국에서 나이 계산법이 바뀐다. 오는 28일(수)부터는 모든 국민이 떡국과 함께 한 살을 더 먹는 '연 나이', '세는 나이'는 사라지고 생일을 지나야만 한 살 더 먹는 '만 나이'로 통일된다. 하지만 이런 나이 계산법은 한국인들에게 아직 낯설뿐더러 만 나이 통일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연 나이가 적용되는 경우가 사회 곳곳에 있어 한동안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한국에서는 '세는 나이', '연 나이', '만 나이' 총 세 가지 나이 계산법을 함께 사용해왔다. 한국식 나이로도 불리는 세는 나이는 출생 연도부터 1세로 시작해 새해마다 한 살씩 증가한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나이다.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만 나이는 출생일에 0세로 시작해 매년 출생일을 지날 때마다 한 살씩 더 먹는 계산법이다.

그렇다고 모든 영역에서 만 나이를 사용하게 되는 건 또 아니라 혼선이 예상된다. 법제처에 따르면 별법에 나이를 세는 방법이 별도로 마련되어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앞으로 행정·민사상 나이는 만 나이로 세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법령, 계약서뿐만 아니라 복약지도서, 회사 내규 등에 규정된 나이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면 만 나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만 나이 시행 이전에도 이미 만 나이를 기준으로 운영되던 정책과 제도들은 현행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필요는 없다. 대표적으로 △만 18세 이상부터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권 △연금 수령 수급 시점 △만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하는 근로자 정년 등이 있다.유지 사례는 이미 익숙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만 나이를 적용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먼저 '취학연령'이 있다. 초등학교는 만 나이로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부터 입학한다. 올해를 기준으로 생일과 관계없이 2016년생이, 내년을 기준으로는 2017년생이 학교에 입학한다.

주류 및 담배 구매 나이 기준도 현행과 같이 유지된다. 청소년이란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수가 19 미만인 사람을 의미한다. 올해를 기준으로 보면 생일과 관계없이 2004년생부터 주류나 담배를 구매할 수 있다.

병역 의무와 관련된 나이도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며 올해를 기준으로 생일과 관계없이 2004년생이 병역판정검사를 받는다. 공무원 시험의 경우도 해를 기준으로 7급 이상 또는 교정·보호 직렬 공무원 시험은 2003년생부터, 8급 이하 공무원 시험은 2005년생부터 응시할 수 있다.
만 나이 완벽정리 포스터. / 사진=법제처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생일이 지났다면 한 살, 생일이 안 지났다면 최대 두 살까지 어려지는 탓에 기분이 좋다는 반응이 확인된다. 동갑내기 부부라는 김 모 씨는 "저는 생일이 이미 지났고 동갑인 아내 생일은 10월 말이라서 넉 달 동안은 제게 오빠라고 부르기로 했다"며 "나이도 어려지는 것 같아서 좋고, 오래된 것의 변화가 신선하고 기분 좋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세는 나이 기준으로 39세인 박 모 씨도 "내년이면 마흔이란 생각에 우울했는데, 정부가 30대일 수 있는 시간을 1년 더 줬다"고 기뻐했다.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실생활에 적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평가와 함께 '호칭 정리'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본인이 '빠른 연생'이라고 밝힌 윤 모 씨는 "지금까지 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 나이로 제 나이를 소개해왔는데, 만 나이로 통일되면 주변에 친한 언니나 동생과 나이가 같아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며 "벌써부터 주변 지인들에게 족보 꼬지 말라는 핀잔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주 모 씨는 "행정 시스템 같은 영역에서 나이가 통일되는 것은 편할 것 같다"면서도 "한국식 나이로 수십 년을 살아온 국민들이 과연 일상생활에서도 만 나이를 쓸지는 저부터 의문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자가 만난 다수의 시민은 바뀐 제도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실생활에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관련 정책 대상과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소통과 홍보를 강화해 만 나이 통일법이 안착하고 국민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