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 없어도 정확도 92%…세계 첫 타액 당측정기 임상데이터는? [남정민의 붐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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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완치 개념이 없는 질환입니다. 한번 진단받으면 평생 혈당관리를 해야 합니다. 당뇨병 환자들은 수시로 당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다고 매번 병원에 가서 잴 수는 없으니 집에서는 주로 자가혈당측정기나 연속혈당측정기로 수치를 재곤 합니다.

문제는 반복적으로 손 끝에서 피를 내야한다는 점입니다. 심리적 저항감이 클 뿐더러, 소아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더욱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피부에 붙이는 식이지만, 가격이 부담스럽고 오랜 시간 피부에 붙이고 있어야하다 보니 트러블이 생기기도 합니다.
동운아나텍이 개발한 침 기반 혈당 측정기기 ‘디살라이프’. 타액수집기(왼쪽 사진)를 20~30초가량 물고 있다가 모인 침을 검사지에 떨어뜨리면 당 수치를 알려준다. 동운아나텍 제공
이러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도전장을 내민 국내 기업이 있습니다. 타액 수집기를 입에 20초가량 물고 침을 모아서 기계에 몇방울 떨어뜨리기만 하면 몸속 당 수치를 알려줍니다. 세계 내분비내과 ‘TOP 10’ 서울성모병원에서 대규모 임상을 진행한 결과, 정확도는 92.5%를 기록했습니다. 자가혈당측정기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임상을 담당한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6개월간 진행한 임상 세부데이터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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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기업들이 타액(침)으로 혈당을 측정하지 못했던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침 안에도 포도당이 있긴 하지만 그 농도가 피 속에 있는 당보다 55배가량 묽습니다. 게다가 각종 이물질도 섞여 있습니다. 웬만한 기술로는 포도당만 딱 검출해내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동운아나텍은 이러한 한계점을 반도체 기술로 극복했습니다. 이 기업은 뿌리를 반도체 기술에 둔 회사이기도 합니다.
타액 속의 미세한 당을 측정, 수치로 변환할 수 있는 미세전류 제어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연구개발(R&D)만 꼬박 7년이 걸렸죠. 20~30초 가량 검사기를 입에 물고 타액을 한두방울 떨어뜨리면 12초 이내 측정 결과값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채혈 없이 당을 관리할 수 있게끔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실제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동운아나텍이 유일합니다. 임상을 마치고 나니 미국, 유럽 기업들에서 먼저 흥미를 보이고 비즈니스 미팅을 잡기도 했습니다.

-김동철 동운아나텍 대표
동운아나텍은 두 차례에 걸친 탐색임상을 진행했습니다. 탐색임상이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기 위해 진행하는 본임상 이전에 하는 초기임상을 뜻합니다.첫 번째 임상은 서울 노원에 있는 을지대학교병원에서 114명을 대상으로, 두 번째 임상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300명 규모로 진행했습니다. 동운아나텍이 탐색임상을 두 번이나, 그것도 대규모로 진행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염두한 전략적 판단입니다.

침으로 당을 측정한다는 기술 자체가 세계에서 처음 나온 기술이다보니, 의문을 품은 글로벌 기업들이 본격적인 협력에 앞서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한 겁니다. 그리고 동운아나텍은 1차 탐색임상 때보다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2차 탐색임상 때, 그것도 3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에서 입증했습니다.

임상은 동운아나텍이 개발한 타액 당 측정기 디살라이프가 병원에서 사용하는 공인 혈당측정장비(YSI 2300 STAT PLUS)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정확한가를 골자로 진행됐습니다.결론부터 말하면 정확도는 92.5%(피어슨 상관계수)였습니다.
YSI라는 병원 정식장비와 동운아나텍의 타액측정기를 비교하고, 또 YSI와 간이혈당측정기(자가혈당측정기)를 비교했을 때 정확도의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를 본 겁니다. 92.5%라는 건 쉽게 말하면 비슷하다는 얘기입니다. 일반적으로 간이혈당측정기와 YSI의 정확도 차이를 플러스 마이너스 10%, 혹은 10% 살짝 넘게 봅니다. 연속혈당측정기도 요새 최신으로 나온게 오차범위가 9~10% 정도 나옵니다.

공복혈당 기준입니다. 식후혈당은 변동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임상에서 다양한 혈당구간의 환자들을 모집해서 진행했는데, 혈당이 좀 높은 환자들도 정확도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2020년 동운아나텍이 을지대학교 병원에서 디살라이프로 진행한 1차 탐색임상. 오차범위 5% 이내인 A구간에 66.7%, 10% 이내인 B구간에 나머지 33.3%가 들어왔다. 동운아나텍 제공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성모병원에서 진행한 2차 탐색임상. 오차범위 3% 이내인 A구간에 90%가 들어왔다. 동운아나텍 제공
첫 번째 그래프가 을지대학교병원에서 진행한 임상, 그리고 두 번째 그래프가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서울성모병원에서 진행한 임상 관련 데이터입니다.

통상 오차범위 10% 내에 들어와야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이 나는데, 첫 번째 임상에서는 114명 중 76명이 오차범위 5% 이내 구간에(A구간), 나머지 38명이 오차범위 10% 이내 구간인 B구간에 들어왔습니다.

두 번째 임상에서는 수치가 더 좋아졌습니다. 300명 중 270명이 A구간에 들어왔는데 이번 A구간은 오차범위가 3% 이내였습니다. 나머지는 문제없이 B구간에 안착했습니다. 반도체 기술을 계속 업그레이드 해 민감도를 더욱 높인 디살라이프를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침 속에 있는 당은 50분의 1 농도 밖에 되지 않는데 이게 얼마나 정확할지, 처음에 시작할 때 솔직히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데이터는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게 나왔습니다. 물론 아직 탐색임상이라 본임상을 해야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봤다고 생각합니다.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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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동운아나텍 대표는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뿐만 아니라 전당뇨인(정상보다 당 수치가 높지만 당뇨로 진단되기 전의 상태), 그리고 가족력을 지닌 정상인, 소아 청소년도 사전에 혈당을 체크해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당뇨병은 한번 걸리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채혈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으로 그간 당 체크를 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보다 간편하게 측정해, 만약 자신이 위험군이라면 미리미리 예방하자는 취지입니다.
당뇨병은 무서운 병이에요. 합병증도 많고요. 안 걸리는 게 최선입니다. 디살라이프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예방이 실현됐으면 좋겠습니다.완치가 안 되는 병은 가장 중요한 것이 예방입니다. 걸리고 난 다음에 치료하고 악화되지 않게 하는것 보다는 기본적으로 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시로 당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디살라이프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김동철 동운아나텍 대표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