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요리사' 반란군 이끌고 러시아로 진격…결국 선 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을 선언하고 러시아 본토로 진격하고 있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24일(현지시간) 부하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그는 텔레그램에 올린 음성 메시지에서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에 진입했으며, "현재까지는 어떠한 저항에도 직면하지 않았다. 우리의 길을 막는 누구든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서 싸운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러 군부를 향한 불만이 쌓이면서 끝내 완전히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받던 최측근이었다. 1981년 강도 등 범죄로 9년 간 복역한 후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001년부터 푸틴이 그의 레스토랑에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이어 그는 수도 모스크바까지 진출, 크렘린궁에서 열리는 각종 만찬과 연회를 도맡으면서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2014년 그는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을 창설하면서 본격적으로 푸틴의 신임을 얻었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우크라이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친러시아 분쟁 등에 투입돼 전투 작전을 펼치며 러시아 정부를 도왔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발발하자, 프리고진은 발 빠르게 전선에 병력을 배치해 성과를 내면서 권력의 실세로 부상했다.

그런데 올 초부터 러시아 수뇌부와 프리고진의 관계에 이상기류가 포착되기 시작했다. 프리고진은 여러 차례 “러시아를 위해 싸우는데도 탄약 등 지원이 부족하다” 는 등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러시아 군부 인사들을 비난했다. 이후 쇼이구 장관은 지난 10일 모든 비정규군에 국방부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이는 바그너그룹을 포함한 의용 부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굴복시키기 위한 장치로 해석됐다.

푸틴 대통령도 국방부의 방침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프리고진이 '토사구팽' 당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프리고진이 국방부와의 계약을 거부하며 갈등은 더욱 고조됐고, 프리고진은 군사반란 위협을 가하다 러시아 당국의 체포 명령을 받았다.결국 프리고진이 부하들을 이끌고 러시아로 방향을 돌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AP통신은 "푸틴 측근들의 내분 속에서 프리고진이 결국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