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멘털' 박민지 또 역전승…"US오픈서 세계에 이름 알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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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18승…역전승만 9회박민지(25)는 웬만해선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17번이나 우승하면서 눈시울을 붉힌 적은 있어도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 적은 한번도 없다. 그만큼 ‘감정 컨트롤’을 잘한다. 그래서 박민지는 프로골퍼에게 가장 중요한 ‘강철 멘털’을 타고났다는 얘기를 듣는다.
대회 2연패·올해 첫 '다관왕'
구옥희·신지애 이어 '다승 3위'
통산 상금도 장하나 바짝 추격
감정 드러내지 않는 '강철 멘털'
역전·연장 승부에 강한 '독종'
"한 타 한 타에 인생 걸렸다 생각"
다음달 US여자오픈 출격
"美 가기 전 쇼트게임 자신 얻어"
숫자로도 나타난다. 17승 중 여덟 번이 역전 우승이었다. 연장전에 간 게 일곱 차례인데, 이 중 여섯 번을 이겼다. 연장 승률이 85.7%다. 박민지는 “당연히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걸 다른 선수들이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통산 18승…“살아 있는 전설”
박민지가 다시 한번 역전승을 거두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박민지는 25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총상금 8억원, 우승상금 1억4400만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공동 2위 그룹을 1타 차로 따돌리고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이달 초 열린 셀트리온퀸즈마스터즈 이후 2승째를 올리면서 시즌 첫 다승 선수로 등극했다. 이 우승으로 시즌 상금(5억887만원)과 대상포인트(300점)에서도 1위 자리를 꿰찼다. 전체 우승과 역전 우승은 각각 18회와 9회로 늘렸다.
이번 우승으로 박민지는 KLPGA투어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산 18승째를 올리며 고(故) 구옥희와 신지애(이상 20승)에 이어 이 부문 단독 3위로 올라섰다. 신지애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것을 고려할 때 박민지가 이르면 올해 이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통산 상금 부문에서도 장하나(57억6503만원)와의 격차를 2억1769만원으로 좁혔다. 다섯 번째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면서 이 부문 1위(구옥희·8회)와 격차를 3회로 좁혔다.
“한 타 한 타에 인생 걸려 있다고 생각”
박민지는 어떻게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선수가 됐을까. 일단 ‘하드웨어’부터가 ‘사기 캐릭터’에 가깝다. 박민지의 어머니는 1984년 LA올림픽 핸드볼 은메달리스트인 김옥화 씨다. 그런 어머니에게 끈기까지 물려받았다. 박민지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체육대 축구 전공 대학생들과 똑같이 체력 훈련을 받은 건 잘 알려진 일화다. 키가 160㎝로 투어 평균을 크게 밑돌지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46위·240.65야드) 등이 크게 달리지 않는 이유다.두 번째는 ‘강철 멘털’이다. 박민지는 남들은 다 한 명쯤 있다는 멘털 코치를 고용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 있었던 경기나 일들을 일기를 쓰며 정리하고, 독서로 ‘잡생각’을 없앤다고. 그 덕분에 좀처럼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박민지는 “한 타 한 타에 인생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고 친다”며 “실패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 경기는 망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세 번째는 자신의 한계를 두지 않고 계속해서 단련하는 성격이다. 박민지의 웨이트트레이닝을 담당하는 팀글로리어스의 선종협 대표는 “(박)민지 프로는 운동을 할 때 항상 극한으로 밀어붙인 뒤, 다음 운동 때 그 한계를 넘는 것을 목표로 운동한다”며 “여자로는 드물게 턱걸이를 4개 이상 하고, 정자세로 팔굽혀펴기를 30개나 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성격 때문”이라고 했다. 또 “대회 기간에 1주일에 2~3회 운동하는 것도 힘든데 박 프로는 5~6회를 빠지지 않고 나온다”며 혀를 내둘렀다.
박민지, 다음달 US여자오픈 출사표
2라운드 공동 선두이던 리슈잉(20·중국)과 이가영(24)에 2타 뒤진 채 출발한 박민지는 전반에만 4타를 줄이면서 공동선두에 올라 리더보드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민지가 11번홀(파3)에서 이날 유일한 보기를 범하는 사이 박주영(33)과 이소미(24) 등이 우승 경쟁에 가담하면서 혼전이 이어졌다.하지만 박민지는 박민지였다. 박민지는 13번홀(파5)에서 4m 버디 퍼트를 넣어 허다빈(25)과 공동 선두로 복귀했고, 같은 홀에서 경기한 허다빈이 1타를 잃으면서 단독 선두 자리를 꿰찼다. 대회 2연패에 성공한 박민지는 다음주 대회를 건너뛰고 다음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 출전한다.박민지는 “미국으로 가기 전에 이 대회를 거치면서 쇼트게임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US여자오픈을 통해 저를 잘 몰랐던 분들이 저를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LPGA투어 진출 여부에 대해선 “먼저 우승한 뒤에 생각하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포천힐스CC=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