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도시가 친환경산업 메카로…"생큐, SK"

폴란드 동브로바구르니차에
SKIET 배터리소재 공장 건설

탄광도시, 전기차 허브로 변신
바질락 시장 "SK 덕분에 가능"
기술학교 지원 등 교육후원도
마테우시 리카와 부대표
“과거 탄광 도시였던 이곳이 SK 덕분에 전기차 배터리 중심의 친환경 경제 메카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약 300㎞ 떨어진 실롱스크주 동브로바구르니차. 자동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네 시간 정도 달리면 나오는 곳이다. 인구 약 12만 명, 폴란드에서 아홉 번째로 큰 도시로, 과거 광산업과 철강업으로 먹고살던 곳이었다.하지만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2021년 이곳에 유럽 최초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공장을 지으면서 도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회색의 광산업 위주였던 지역 경제가 탈석탄산업 상징인 첨단 전기차 허브로 탈바꿈하면서다. SKIET는 유럽 중심에 있는 폴란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총 2조2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지금도 추가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마르친 바질락 시장
폴란드 동브로바구르니차 시청에서 만난 마르친 바질락 시장은 “이 도시가 전기차 밸류체인 중심의 친환경 경제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SKIET가 만들어줬다”고 강조했다. 동브로바구르니차와 인접한 카토비체 경제특구의 마테우시 리카와 부대표는 “SKIET 폴란드 공장이 들어선 부지는 20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는 울창한 숲이었다”며 “닐 암스트롱이 처음으로 달에 미국 국기를 꽂았듯 SK가 이곳에 진출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카토비체와 동브로바구르니차가 있는) 실롱스크주는 이제 유럽인에게 ‘자동차(오토모티브)’로 유명해졌다”고 덧붙였다.
SKIET는 현지에서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불어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면서다. SKIET 폴란드 법인(SKBMP)은 공장 총인원 470명 가운데 92%에 달하는 433명을 폴란드인으로 고용하고 있다. 현지 고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펼쳐왔다. 실롱스크주 소스노비에츠에 있는 기술학교 세 곳과 산학협력을 맺고 SK 후원 과정을 개설한 게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 설비, 작업복, 교과서 등도 아낌없이 후원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모두 3억3000만원어치에 달한다.

SKBMP는 동브로바구르니차에서 열리는 ‘미하우 스피사 국제 음악 콩쿠르’도 3년째 후원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120여 명의 연주자가 참여하는 국제 규모 콩쿠르다. 쇼팽의 고향인 폴란드는 시민들의 클래식 사랑이 지극하다. 역내 대표 콩쿠르를 수년째 후원하는 SKBMP에 대한 지역민의 호감도 커졌다. 지난 4월엔 SKBMP가 동브로바구르니차 시립도서관에 한국 관련 서적 약 120권을 기부하기도 했다.지역사회와의 스킨십도 늘리고 있다. SKBMP는 매년 1월 폴란드 할머니의 날과 할아버지의 날이 돌아오면 지역 요양원을 찾아 재활 치료용 보행기, 음악 치료 기계 등의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어린이날, 산타의 날엔 지역 보육원에 간식과 교육 물품 등을 전달했다.

지역민들이 특히 두고두고 되새기는 이벤트는 SKBMP가 2021년 7월 주도했던 헌혈 독려 행사다. 당시 코로나19 장기화로 혈액 부족 현상이 심해지자 SKBMP 직원들은 앞장서 헌혈하고 이를 지역 내 병원에 전달했다.

박병철 SKBMP 법인장은 “당시 폴란드에선 식료품 구매 목적이 아니면 외출도 금지할 만큼 코로나19 영향이 컸다”며 “힘들 때 함께 버틴 기업이란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바질락 시장은 “SK는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한국 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동브로바구르니차=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