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사우디 수주 역대 최대…기술력·신뢰·정부지원 3박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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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중동붐 기대현대건설의 사우디아라비아 ‘아미랄 프로젝트’ 수주는 ‘K건설’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기술, 신뢰, 외교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실이라는 평가가 많다. 1975년 사우디 건설 시장에 처음 진출한 현대건설은 그간 30조원 규모 공사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면서 신뢰를 쌓아왔다. 한국 건설사들의 발전된 기술력도 이번 수주전에서 빛을 발했다. 여기에 정부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세일즈 외교에 나서면서 올 하반기 이후에도 중동 지역에서 추가 수주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50억弗 이상은 9년 만에 처음
정부, 팔 걷고 세일즈 외교 박차
하반기 추가 수주 잇따를듯
대통령실 "엑스포 유치 별개로
한·사우디 그 어느때보다 돈독"
반세기 신뢰 K건설…기술력 승부수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수주에 성공한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 14’는 전체 프로젝트 중에서도 핵심인 ‘에틸렌 생산설비 건설’을 포함하고 있다. 설비가 완공되면 ‘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165만t 생산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주요 인프라 시설과 기반설비, 탱크, 출하설비 등도 함께 건설한다.이번 현대건설의 수주액은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로 사우디 진출 규모 중 사상 최대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50억달러 이상 프로젝트를 수주한 건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역대 수주 기록을 살펴봐도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프로젝트에 이어 역대 7위에 해당한다.
특히 현대건설은 설계와 구매, 건설 등 모든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수주에 성공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기술력과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우수한 품질이 곧 최고의 경쟁력이자 마케팅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현대건설은 지난해 7월 아람코의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인 나맷 프로그램을 통해 아람코의 건설 EPC 부문 독점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람코로부터 독점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건설사는 전 세계에서도 극소수뿐이다.
현대건설이 사우디 진출 후 48년간 큰 갈등 없이 안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점도 이번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대건설은 그간 사우디에서만 170여 건, 232억달러의 공사를 수행했다. 1억1000만달러 규모의 ‘하일 알 주프 송전선’ 공사를 비롯해 항만, 담수시설, 고속도로 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尹·빈 살만, 정상회담 이후 ‘초 긴밀’
정치권에서는 이번 수주가 한국과 사우디의 긴밀한 외교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사우디가 2030년 국제박람회(엑스포) 유치를 놓고 경쟁을 벌이면서 서로를 견제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수주로 양국이 여전히 공고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는 설명이다.한국과 사우디는 지난해 11월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기로 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당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가 한국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양국 정부와 기업들은 40조원이 넘는 규모의 개발·투자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 수주는 이때 체결된 40조원 MOU에는 포함되지 않은 별개 성과다.윤 대통령은 당시 서울 한남동 관저로 이사한 후 ‘첫 손님’으로 빈 살만 왕세자를 초대하는 등 사우디와의 외교에 공을 기울였다. 빈 살만 왕세자도 “양국 관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이후 사우디 아람코가 지난 3월 자회사인 에쓰오일을 통해 약 9조3000억원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협력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국 정상외교 성과가 하나둘 구체화하고 있다”며 “엑스포 유치와는 별개로 한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하고, 앞으로도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도병욱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