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초청해 "예산 잘 부탁해요"…지자체 '로비' 시달리는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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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기재부 출신 내세워 공략올초 정례 협의차 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방문한 기획재정부 예산실 A국장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 지역 예산사업 현장에서 지자체 요청으로 찍은 기념사진이 다음날 ‘기재부가 사업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는 근거 없는 기사와 함께 지역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A국장은 “지자체가 ‘작업’을 벌인 기사에 얼굴이 나와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지자체들이 치열한 국비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로 상당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질 전망이어서 지자체 사업의 예산 동결 및 삭감이 줄지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기재부 관계자는 “거물급 광역지자체장들은 기재부 예산실 간부들을 초청해 직접 예산 협조를 당부한다”며 “예산실 간부들이 찾아가면 현수막까지 내거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일부 지자체는 기재부 출신 부단체장을 앞세워 예산실을 공략한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기재부 출신 부단체장이 있는 곳은 대구시 전라남도 경상남도 충청북도 충청남도 등 다섯 곳이다. 예산총괄과장을 지낸 박창환 전남 정무부지사를 비롯해 모두 예산실 근무 경력이 있는 기재부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예산실 과장은 “기재부 출신 부단체장이 있는 지자체를 상대할 때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며 “지자체들이 대놓고 지연을 앞세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