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도시계획은 실패"…'서울 개조론' 들고 나온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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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건축물 높이를 완화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서울 도심 부분을 ‘대(大)개조’하겠다고 밝혔다. 건물의 상부는 사무용·주거용 빌딩으로 사용하되, 저층부 구간은 누구나 오갈 수 있고 나무가 많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도시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공공성을 확보하고 스카이라인의 균형을 맞추는 등 도시계획을 전반적으로 정비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용적률 제도를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인근 건물끼리 용적률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서 예산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시민들의 편의를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부동산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저층부를 대거 녹지화한 토라노몬힐즈와 높은 곳에서 보면 모두 푸른 숲으로 덮인 듯한 아자부다이힐즈 사례를 언급하며 “(삼성동 지역은) 민간에서 개발하는 것이지만, (상부에 정원을 조성하고 시민에 개방하는) 그런 방향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선거 등에 영향을 받는 한국의 정책 현실에 관한 질문을 받자 “적어도 내 임기 동안에는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착공이라도 빨리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시민들이 접근하기 좋은 공간을 용적률과 맞바꿀 수 있다면 서울 주요 도심지, 특히 지하철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개발이 한층 촉진될 전망이다. 현재는 용적률·건폐율·고도 등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땅값이 높아도 개발이 되지 않는 곳이 많다. 용적률 한도까지 꽉 채워서 개발한다 해도 토지소유주나 상인 등 이해관계자들이 많으면 ‘남는 것(개발이익)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 개별 토지주마다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기도 어렵다.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용적률을 더 높일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용적률을 유연하게 사고팔 수 있다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맞추기가 훨씬 유리하다.
송준환 일본 야마구치대 교수는 “도쿄 부동산 업계에서는 녹지를 많이 볼 수 있는 정도(녹시율)가 10% 올라갈 때 부동산 가격이 13%씩 상승한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도시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높아지는 만큼 국가와 도시, 시민, 부동산 소유주, 개발업체 등 모두가 윈윈하는 개발 방식”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시청 공무원들이 시민의 행복과 즐거움을 설계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며 “공급자 중심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 서울시 도시계획국의 이름도 도시공간국 등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또 “세운상가와 같은 곳에서 빠른 시일 내에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서울 시내에 새로 짓는 공간은 모두 이런 대 원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도시개발 제도 정비 현황>
1986년 민간사업자 능력 활용 정비촉진에 관한 법(민활법) 제정
2000년 입체도시계획제도
2001년 도시재생본부 설치
2002년 도시재생특별장치법 제정
2002년 도시계획제안제도
2003년 도쿄도 ‘세련된 가로공간 만들기’ 조례
2004년 특례용적률 적용지구 제도(공중권 이전제도)
2011년 도시재생추진법인제도 도입
자료: 송준환 야마구치대학교 교수
도쿄=이상은 기자
시민에게 ‘공간을 주는’ 개발
지난 23일부터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의 도심 재개발 현장을 방문 중인 오 시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예산을 최소화하면서 많은 녹지를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녹지생태도심을 만들기 위해서 높이 제한을 풀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어 건물 짓는 쪽이 스스로 공개공지를 내놓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나가다가 누구든 쉬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진정한 공개공지”라며 “문을 열고 들어가서 커피라도 사 마셔야 쉴 수 있다는 점에서 강남은 실패한 도시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 눈높이에서 즐기는 공간은 2층까지”라며 “재임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활용해 서울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묘에서 퇴계로까지 이어지는 세운상가 일대와 삼성역에서 봉은사역까지 이어지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지역 등을 대상으로 꼽았다.오 시장은 도시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공공성을 확보하고 스카이라인의 균형을 맞추는 등 도시계획을 전반적으로 정비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용적률 제도를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인근 건물끼리 용적률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서 예산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시민들의 편의를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부동산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하철역 주변 등 개발 쉬워질 듯
오 시장이 참고하는 대상은 컨트롤 타워에서 전권을 가지고 장기 도시계획을 실행한 싱가포르와 한국과 비슷한 고밀도 상황에서 도심 재개발에 성공한 도쿄 등이다. 특히 도쿄가 민간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용적률 이전 등 여러 도시계획 제도를 도입한 부분을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도쿄는 마루노우치 지역 등을 개발하면서 용적률을 1000~1700% 등으로 대폭 높여줬다. 대신 건폐율을 줄였다. 건물이 종전보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고, 널찍해진 전면부에는 시민의 휴식공간을 확보했다. 사거리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필로티(기둥)만 남기고 저층부를 좁게 설계해 사람들이 자유롭게 흘러다니게 만들었다. 전체 개발공간의 40~50%(미드타운 일대 등)를 공원화한 사례도 여럿이다. 공공이 돈을 들여 땅을 확보하는 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민간과 협력했기 때문에 오히려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오 시장은 저층부를 대거 녹지화한 토라노몬힐즈와 높은 곳에서 보면 모두 푸른 숲으로 덮인 듯한 아자부다이힐즈 사례를 언급하며 “(삼성동 지역은) 민간에서 개발하는 것이지만, (상부에 정원을 조성하고 시민에 개방하는) 그런 방향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선거 등에 영향을 받는 한국의 정책 현실에 관한 질문을 받자 “적어도 내 임기 동안에는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착공이라도 빨리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시민들이 접근하기 좋은 공간을 용적률과 맞바꿀 수 있다면 서울 주요 도심지, 특히 지하철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개발이 한층 촉진될 전망이다. 현재는 용적률·건폐율·고도 등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땅값이 높아도 개발이 되지 않는 곳이 많다. 용적률 한도까지 꽉 채워서 개발한다 해도 토지소유주나 상인 등 이해관계자들이 많으면 ‘남는 것(개발이익)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 개별 토지주마다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기도 어렵다.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용적률을 더 높일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용적률을 유연하게 사고팔 수 있다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맞추기가 훨씬 유리하다.
광역개발 촉진해 녹지 확보
용적률 거래 등의 접근법은 단일 건물 혹은 소규모 개발보다는 광역 개발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지향하는 녹지 확보를 통한 ‘정원도시’ 형성을 위해서는 광역 개발이 필요하다. 그래야 주거 및 상업공간을 한 곳에 몰아넣고 남는 공간을 넓은 녹지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송준환 일본 야마구치대 교수는 “도쿄 부동산 업계에서는 녹지를 많이 볼 수 있는 정도(녹시율)가 10% 올라갈 때 부동산 가격이 13%씩 상승한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도시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높아지는 만큼 국가와 도시, 시민, 부동산 소유주, 개발업체 등 모두가 윈윈하는 개발 방식”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시청 공무원들이 시민의 행복과 즐거움을 설계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며 “공급자 중심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 서울시 도시계획국의 이름도 도시공간국 등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또 “세운상가와 같은 곳에서 빠른 시일 내에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서울 시내에 새로 짓는 공간은 모두 이런 대 원칙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도시개발 제도 정비 현황>
1986년 민간사업자 능력 활용 정비촉진에 관한 법(민활법) 제정
2000년 입체도시계획제도
2001년 도시재생본부 설치
2002년 도시재생특별장치법 제정
2002년 도시계획제안제도
2003년 도쿄도 ‘세련된 가로공간 만들기’ 조례
2004년 특례용적률 적용지구 제도(공중권 이전제도)
2011년 도시재생추진법인제도 도입
자료: 송준환 야마구치대학교 교수
도쿄=이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