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동훈에게 쪽지 건넨 90대 참전용사 "눈물이 앞을 가린다"

6·25 전쟁 제73주년 행사 참석한 한동훈
90대 참전용사로부터 직접 쓴 쪽지 받아
한동훈 "많은 국민께서 이 글 보셨으면"
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 전쟁 제73주년 행사에서 6·25 전쟁 당시 북파공작 전문 첩보부대 KLO 부대 대원 출신인 이창건(94) 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직접 쓴 쪽지를 건네는 모습. / 사진=유튜브 캡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 전쟁 제73주년 행사에서 한 참전용사로부터 손글씨로 빼곡히 채운 쪽지 한 장을 건네받는 모습이 포착됐다. 두손을 모은 채 쪽지를 읽은 한 장관은 행사 내내 이 쪽지를 접거나 주머니에 넣지 않고 손에 쥐며 애지중지 여겼다.

26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쪽지는 6·25 전쟁 당시 북파공작 전문 첩보부대 켈로(KLO) 부대원 출신인 이창건(94) 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써서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참전유공자 대표로 행사에 참석한 이 전 회장은 행사 도중 옆자리에 앉아있던 한 장관에게 손으로 직접 쓴 쪽지를 줬다.한경닷컴의 요청으로 사진을 제공한 한 장관은 "제가 어설프게 찍은 사진이지만, 이창건 선생님 글을 많은 국민들께서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경닷컴의 요청으로 사진을 제공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제가 어설프게 찍은 사진이지만, 이창건 선생님 글을 많은 국민들께서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 사진=한동훈 법무부 장관 제공
이 전 회장은 쪽지에서 "저는 KLO 출신 이창건입니다. KLO가 인정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며 지난 2월엔 보상금이, 6월 14일엔 청와대 오찬에도 초청받았습니다. 북한에 침투했다가 휴전 때문에 못 돌아온 동지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적었다.

한 장관은 두손을 공손히 모은 채로 쪽지를 정독했다. 이후 행사를 마칠 때까지 쪽지를 접거나 주머니에 넣지 않았다. 태극기와 함께 손에 쥔 채 여러 참전용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쪽지를 읽는 모습. /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2월부터 '6·25 비정규군 보상법'을 근거로 역대 정부 중 최초로 KLO 부대원에게 공로금이 지급됐다. 이 법은 6·25전쟁 당시 국군이 아닌 신분으로 특정 부대·조직에 소속돼 적 지역에 침투해 첩보 수집 및 유격 활동 등 비정규전을 수행한 사람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공로금을 지급하고자 2021년 10월 시행됐다.

그러나 KLO 부대가 미군 소속이었다는 이유로 보상금 지급 절차가 지연돼왔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지난 2월에서야 KLO 부대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이 전 회장이 감사와 기쁨을 담아 한 장관에게 쪽지를 건넨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참전 유공자들은 사비로 사 입어야 했던 '조끼'가 아닌 윤석열 정부가 정전 70주년을 계기로 전달한 '영웅의 제복'을 입고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제복을 친수하면서 "이 제복에는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다는 정부의 다짐이 담겨 있다"면서 "자유 대한민국을 있게 한 영웅들의 피 묻은 군복의 의미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