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미술관에 우주가 펼쳐졌다…송은 권혜원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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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 권혜원 개인전 '행성극장'
40m 벽에 수놓은 우주와 지구
기계의 눈으로 세상을 인식해온
인류의 관점에 질문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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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가 달 주위를 네 번째 공전하고 있을 때 우주선의 작은 창문 밖으로 놀라운 것을 보았다. '오 세상에! 저기 좀 봐!' 마치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처음 본 사람처럼, 그날 저녁 지구로 송출되는 방송에서 우주 비행사는 성경의 창세기를 읽었다."미디어 아티스트 권혜원의 신작 '궤도 위에서'(2023)는 이렇게 9분짜리 영상을 통해 인류가 어떻게 처음으로 지구를 마주했는지를 조명한다. 그는 2019년 송은미술대상을 받은 작가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권 작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풍경 중 많은 것들은 기계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라며 "인류가 기계의 힘을 빌려 자신이 발딛고 있는 곳을 마주한 순간, 그 관점과 시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작품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 이후 지구는 관객이 없는, 모두가 배우인 극장이 됐다'는 미디어 학자 마셜 매클루언의 말처럼, 권 작가는 3개층에 걸친 송은 전시장을 '거대한 극장'으로 만들었다. 그 안에서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은 객관적인 제3자의 눈이 아니라, 기계라는 필터를 통해 자연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배우가 된다. 전시 제목이 '행성 극장'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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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쉬운 전시는 아니다. 하지만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 안에 담긴 메시지와 연출의 참신함에 감탄하게 된다. 전시는 7월 29일까지.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