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역사, 문화유산 교류의 장으로…돈덕전 12개국에 공개(종합)

문화재청, 독일·오스트리아·벨기에 주한대사 등 초청 행사 열어 "퀴즈를 하나 낼게요.

지금 발밑에 있는 타일은 언제 만들어진 걸까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惇德殿) 1층.
영어로 건물 내부를 설명하던 문화콘텐츠 기업 온나무의 이석민 대표가 질문을 던지자 현장에 있던 외국인 30여 명이 일제히 아래를 내려다봤다. 이 대표는 흰 바탕에 푸른색 무늬가 돋보이는 타일을 가리키며 '실제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과거 유물을 재현한 것'이라고 했고, 청중은 '와!', '멋있다'고 말하며 놀라워했다.
대한제국 외교 공간으로 쓰였던 돈덕전에 12개 국가가 다시 모였다.

올해 9월 정식 개관에 앞서 1876년부터 1902년까지 대한제국과 수교한 국가 출신의 인플루언서(influencer·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와 외교관 등 30여 명을 초대한 자리에서다. 미하엘 라이펜슈툴 주한 독일 대사, 볼프강 앙거홀처 오스트리아 대사, 프랑소와 봉땅 벨기에 대사를 비롯해 영국·이탈리아·프랑스·헝가리·덴마크 등 8개국 외교 관계자가 참석했다.

돈덕전은 덕수궁 석조전 뒤쪽에 있는 서양식 2층 건물이다.

대한제국 당시 고종(재위 1863∼1907)이 즉위 4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 행사장으로 사용하고자 건립했으나, 외교를 위한 교류 공간 및 영빈관 등으로 쓰였다. 1920년대 들어서면서 거의 쓰이지 않다가 일제에 의해 헐린 것으로 전한다.

권점수 덕수궁관리소장은 "외교의 중심 공간이었던 돈덕전은 100여년 만인 올해 재건됐다.

문화유산 공공외교를 위해 다시 세워진 이 건물을 모든 분에게 개방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돈덕전 모습이 신기한 듯 건물 곳곳을 사진으로 남겼다.

내부에는 공사 흔적이 역력했지만,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 위한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현재 돈덕전 내부 공사는 20∼30% 정도 완성된 상태라고 한다.

일본 규슈(九州) 출신의 후루이에 코노미 씨는 "대한제국이 처음 수교를 맺은 국가가 일본이라 들었다.

덕수궁에서 역사를 배우면서 더 좋은 관계를 맺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국에서 배우, MC 등으로 활동하는 독일인 안나 릴리만 씨는 "3∼4개월 전 돈덕전을 처음 봤을 때와 비교하면 색이 하나둘 채워지는 느낌"이라며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12개 국가 출신 인플루언서들은 한복을 입고 함께 기념사진도 남겼다.

궁능유적본부는 올해 9월 25일까지 내부 공사를 마치고 돈덕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권 소장은 "현재 건물 (외관 등은) 완성된 상태"라며 "돈덕전은 120년 전 건립 당시 목적에 맞게 세계와 만나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층 폐현실에서는 황제가 외교 사절을 만나던 모습을 재현한 영상을 볼 수 있다.

1·2층에 마련된 전시실은 대한제국 외교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물품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권 소장은 "2층 도서관은 19세기 유럽 살롱 분위기로 꾸며 학술회의, 국내·외 인플루언서 모임, 음악회, 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