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원강의 변심?…볶음면 내놓은 교촌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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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에프앤비의 외도교촌에프앤비가 볶음면 신제품을 내놨다. 식품업계에선 ‘치킨 외길’을 걷던 교촌 행보에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작년 말 경영 일선에 복귀한 권원강 창업주(회장·사진)가 교촌의 미래로 점찍은 소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치킨업계 1위 지위 흔들리자
확장 전략으로 선회 '결단'
장수 브랜드 이미지 벗고
MZ세대 겨냥 볶음면 승부
교촌 ‘뜻밖의 외도’
신제품 ‘교촌 시크릿 볶음면’ 2종은 26일 11번가를 통해 공개됐다. 치킨에 바르는 교촌만의 비법 소스가 함유된 용기면이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맵고 달고 짠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제품”이라고 말했다.식품업계는 교촌치킨 ‘외도’에 권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담겼을 것으로 해석했다. 권 회장은 교촌의 주식시장 상장 등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면서 2019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매출 기준 업계 1위를 줄곧 유지해오던 교촌치킨은 지난해 bhc치킨에 근소한 차로 매출 1위 타이틀을 빼앗겼다.교촌에프앤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이후 권 회장은 외식과 간편식으로도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복귀 당시 그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글로벌(G), 소스(S), 친환경(E), 플랫폼(P)을 제시하며 소스사업을 미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꼽았다. 레드소스, 간장마늘소스, 허니소스 등 시장에서 대히트한 소스 개발 이력을 바탕으로 소스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고객 소통 전략 일환이라는 해석도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고수하던 권 회장이 확장으로 방향키를 튼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권 회장은 평소 점포 수 확장보다 가맹점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을 주문해왔다. 작년 말 기준 교촌치킨의 점포 수는 1337개로 최근 2~3년 사이 큰 변화가 없다.교촌치킨이 2021년 ‘문베어브루잉’을 150억원에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교촌치킨의 움직임은 정체돼 있었다. 수제맥주 사업 또한 치맥(치킨+맥주) 문화 확대에 맞춰 가맹점포의 수익성 증대 방안으로 선택한 연관 사업이다.
지난해 ‘1991라거’에 이어 올해 수제맥주 2종 추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은 해외 진출, 인수합병(M&A) 등 무리한 사업 확장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경쟁사 대비 신사업 진출에 소극적인 것에는 이 같은 배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이랬던 교촌치킨이 경쟁에 치열한 볶음면 신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개선이 주요 목적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에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이달 초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는 붓으로 소스를 바른다는 콘셉트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교촌필방’이라고 이름 붙였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한국식 치킨을 알리기 위해 성수, 홍대가 아니라 이태원에 자리를 잡았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치킨 조각에 붓으로 소스를 일일이 바르는 과정을 고집해오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며 “30년이 넘은 브랜드인 만큼 10~20대 새 고객을 유치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