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참외 먹방 vs 野 단식 농성…'괴담 정국' 극과극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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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생선회 먹으며 오염수 안심시켜…성주서 '사드 참외'도 시식26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경북 성주를 방문해 참외를 먹었다. 기자들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실상 ‘먹방’(먹는 방송)을 찍었다. 같은 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식 선언을 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기 위한 일종의 시위였다.
민주당은 국회, 정의당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잇따라 단식 투쟁
정치권 '단골 퍼포먼스'로 이슈 주도…"원초적 행위 자제해야"
‘먹기’를 놓고 여야가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주부터 생선회, 참외 등으로 음식을 바꿔가며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반면 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여러 의원이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생선회 먹기 나서는 與 의원들
여당의 먹방은 지난 15일부터 시작됐다. 김 대표가 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찬을 한 것이다. 23일에는 윤재옥 원내대표도 송파구 가락수산시장에서 생선회를 먹었다. 원내 지도부의 방침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주부터 상임위원회별로 수산시장과 횟집을 찾아 식사하는 모습을 연출할 예정이다.이 같은 먹방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이뤄지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해 ‘소금 사재기’ 등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여당 정치인이 먼저 수산물을 먹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26일 참외 시식도 똑같은 맥락이다. 성주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전자파가 인체에 치명적이라고 이야기했다”며 “2017년에는 (사드 관련) 참외를 괴담으로 삼았고, 지금은 수산물을 가지고 괴담을 퍼뜨리는 민주당의 행태야말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야당에서는 단식 확산
야당은 20일부터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당 해양수산특별위원장인 윤재갑 의원이 가장 먼저 나섰다. 26일에는 우 의원이 가세했으며,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민주당 지도부는 아직 동참하고 있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 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등은 이날 우 의원과 윤 의원의 농성장을 찾았고, 민주당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해당 장면을 생중계했다. 7일째 단식하고 있는 윤 의원은 유튜브 방송에서 “참치도, 도다리도, 광어도 먹는데 몸에 (방사능이) 누적된다. 그걸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세월이 지난 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전후로 소금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이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일본의 방류 저지를)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감정 이입 쉬워 정치 수단 동원”
단식과 먹방은 오래전부터 정치적 행위로 자리 잡았다. 군사독재에 투쟁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모두 단식 경험이 있다. 반대로 광우병 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우 농가를 방문해 소고기를 먹었고,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도 국회에서 소고기 시식회를 열었다. 일본과 외교적 갈등이 극에 달한 2019년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부산 ‘거북선 횟집’을 찾아 생선회를 먹기도 했다.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먹는 행위는 의식주 중에서 가장 인간 생명에 직결되는 데다 감정 이입이 쉬워 자주 정치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며 “원초적인 만큼 수준이 낮은 수단이라는 점에서 양당이 이를 적극적으로 동원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노경목/한재영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