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600만원 내걸어도…정규직 꺼리는 배달라이더

저소득·장시간 근로 호소하며
정작 처우 좋은 정규직 무관심
"정시 출퇴근하며 얽매이긴 싫어"
지난해 배달대행업계 최초로 ‘정규직 라이더’ 채용을 시도한 딜리버리앤(N)이 연봉 4600만여원, 하루 근로시간 10시간 미만 등 근로조건을 새로 내걸고 재차 채용에 나섰지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 ‘장시간 근로’를 호소하며 안전운임제 도입 등을 요구하는 배달라이더들이 정작 개선된 근로조건의 정규직은 외면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청년들의 자회사 딜리버리앤은 이달 초 이전보다 연봉을 상향 조정한 정규직 라이더 모집 공고를 냈다. 주 5일 하루 9.5시간 근무에 연봉은 최대 4644만원(월 387만원, 주 평균 77만~82만원)이다. 지난해 모집 공고보다 144만원 인상했다.입사 후 6개월 뒤 정규직 전환을 선택하면 100만원 보너스가 추가된다. 바이크 리스 비용 440만원은 물론 연간 주유비도 210만원까지 회사에서 부담한다. 일부 시간대에는 ‘배달 콜 거절’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운영할 방침이다. 채용 연령 문턱도 확 낮춰 26세 이상, 60세 이하면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규직 라이더 숫자에는 큰 변화가 없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6월 채용공고 이후에도 지원자가 많지 않아 채용공고 이전 수준인 30명에서 큰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라이더 노조는 “라이더는 하루평균 12시간 이상, 주 6일을 일하면서도 주휴수당, 4대 보험(사측 부담분), 퇴직금 등이 없는 걸 감안하면 시급은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6340원”이라며 “최저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 운임제를 도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저시급을 달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하지만 정작 보수가 월 최고 100만원 많고 근로시간은 훨씬 짧은 정규직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배달라이더는 “근로시간 제약 없이 일하다가 정시 출퇴근하려면 답답한 마음이 클 것 같다”며 “이 일로 평생 먹고살거나 전업으로 삼겠다는 라이더가 적은 것도 반응이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배달플랫폼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높은 배달료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라이더들이 기존 일하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근로조건 개선만 요구한다면 사회적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