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양보다 질 높여야 기업가치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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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후원 2023년 한국회계학회 국제학술대회“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한 명확한 공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기업의 ESG 공시 수준이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충분히 부합하지 않는다.” (최종원 연세대 교수)
외국인·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면
ESG 공시 양 늘어도 질 떨어져
보여주기식 ESG 공시만 급증
품질 향상 위한 공시 기준 시급
“산업별로 차이 없이 ESG 공시 품질이 높아질수록 기업가치가 상승한다.” (조용언 동아대 교수)국내 회계 전문가들은 26일 제주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2023년 한국회계학회(KAA) 국제학술대회’에서 ESG 공시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2025년 대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무늬만 ESG’인 공시를 하거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통일된 공시 기준이 없다는 문제점도 거론됐다. 보여주기식 ESG 공시가 아니라 품질 높은 ESG 공시가 늘어야 기업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ESG 품질 높여야 기업가치 오른다”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회계학회 50년 성과와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정보환경 차이에 따른 ESG 공시행태에 대한 분석’이라는 주제로 학술 발표에 나선 최종원 교수는 “ESG 공시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공시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및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최 교수는 “연구 결과 일반적인 ESG 공시율은 기업 가치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중요성에 입각한 ESG 공시율이 높을수록 기업 가치가 상승한다”고 강조했다. ESG 공시의 양보다는 품질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내 기업에 외국인 투자자나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면 ESG 공시가 늘어나지만 품질은 낮아진다고도 했다. 최 교수는 “주요 주주의 요구에 맞춰 공시량을 늘렸지만 깊이 분석해보면 그린워싱으로 보이는 ESG 공시가 다수 포함됐다”고 설명했다.ESG 공시 품질 향상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규제할 필요성도 거론됐다. ESG 공시 평가 기관들의 모니터링 중요성도 언급됐다. 최 교수는 “만약 외국인 투자자나 국민연금 등이 ESG 공시와 관련해 충분한 모니터링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기업들이 ESG 공시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아직 전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통일된 공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필요로 하는 ESG 관련 정보들을 기업이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의미다.
산업별 구분 없이 공시 품질이 좋으면 기업 가치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조용언 교수는 ‘ESG 공시 품질과 기업 가치 관련성’ 연구논문 학술발표에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자발적으로 지속가능보고서 및 통합보고서를 연속적으로 공시한 56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ESG 측정 기준 마련해야”
재무에 능한 회계전문가가 경영진에 있을 경우 기업의 ESG 활동에 제약이 더 크다는 논문도 발표됐다. 이병희 고려대 교수는 ‘ESG 활동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회계전문성의 역할’이라는 논문에서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총 27개국 샘플을 활용한 결과 재무에 능한 회계 전문가가 경영진에 포진해 있으면 기업의 ESG 활동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장기 투자를 요구하는 ESG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회계 전문가들은 단기 측정하기 어려운 ESG 평가를 꺼린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CFO가 ESG 활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게 해야 기업도 ESG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펀판판 중국 정저우대 교수는 ‘ESG 성과가 기업 비즈니스에 미치는 불확실성과 확실한 가치’라는 논문을 통해 “공기업의 ESG 활동은 경영 불확실성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ESG 공시가 공기업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