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사업 예타 피하려…일부러 사업비 깎는 '꼼수' 쓰기도

올 예타 면제 사업, 22조로 급증
'서산공항'도 비용 줄여 재추진
올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받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등의 사업비가 22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균형발전 등을 명분으로 예타를 면제해주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예타 면제 사업의 총사업비는 2015년 1조4003억원에서 올해 22조473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예타 면제 사업 수는 13개에서 35개로 증가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거나 국비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이면 예타 조사를 해야 한다.국가재정법에 명시된 예타 면제 사업 유형은 공공청사, 교정시설, 초·중등 교육시설 등 열 가지 유형이 있다. 이 중에서도 ‘지역균형발전 및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란 유형은 표현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예타 면제를 조장하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기준 이 유형으로 면제받은 비율은 63.3%에 달했다. 2017년엔 이 비중이 92.6%에 달하기도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타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사업비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꼼수’도 속출한다. 국토교통부와 충청남도는 지난달 예타 조사에서 탈락한 서산공항의 사업비용을 낮춰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산공항 건설은 서산시 고북·해미면 일대에 532억원을 투입해 여객터미널과 계류장, 유도로, 진입도로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의 활주로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한다. 경제성과 정책성 등을 살핀 종합평가(AHP) 결과가 0.456으로 기준인 0.5를 넘지 못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