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불안해 학원 더 찾을 것" 회의적 목소리

변별력에 대한 우려도 나와
"사교육 잠재우기엔 역부족"
전문가들은 정부가 26일 발표한 ‘사교육 경감대책’이 학부모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대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수능 ‘킬러문항’ 배제에 대책의 무게중심이 지나치게 쏠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최상위권 학생의 사교육비 지출은 줄일 수 있겠지만 사교육 경감을 위한 대안은 될 수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세종의 한 고등학교 국어교사는 “상위권이 아닌 대다수 중하위권 학생은 킬러문항을 풀기 위해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게 아니다”며 “킬러문항에 신경 쓰는 최상위권 아이들은 일반고에서 1~2명 수준으로 극소수”라고 설명했다.

학원가에서는 이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대치동, 목동 등에 있는 대형 입시학원들은 발빠르게 준킬러문항 위주 수업으로 체제를 재편성하고 나섰다. 대치동에서 국어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이번 대책 이후에도 사교육 시장은 변형된 모습으로 살아남을 것”이라며 “수험생들은 불안할 때 학원을 더 많이 찾는다”고 했다.벌써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변별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킬러문항은 삭제하되 수능 난이도는 유지한다’는 교육부의 메시지가 오히려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하면서 변별력을 갖출 수 있는 출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학생, 학부모의 혼란과 선의의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이 도입한 지 30년이 지난 수능의 구조적 문제를 놓쳤다는 비판도 있다. 사교육 시장은 수능을 비롯해 교육과정, 입시 제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사교육 경감을 위해서는 수능뿐만 아니라 입시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했다”며 “대학교 서열별로 임금이 달라지는 노동 환경에 근본적 원인이 있는데 이런 구조적 문제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