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피브로젠, 특발성폐섬유증 3상 실패 후 주가 83% 급락

1·2차 유효성 지표 미충족·개발 중단
미국 피브로젠이 특발성폐섬유증(IPF) 후보물질의 임상 3상 실패 후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피브로젠 주가는 83% 급락했다.

미국 피브로젠은 IPF를 적응증으로 한 ‘팜레블루맙’의 임상 3상에서 1차 및 2차 유효성 평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27일 밝혔다. 피브로젠은 144개 임상기관에서 IPF 환자 356명을 대상으로 첫 번째 임상 3상인 ‘ZEPHYRUS-1’을 진행했다. 지난해 4월 환자 모집을 마치고 1년 간 안전성 및 효능을 관찰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ZEPHYRUS-1의 1차 유효성 평가 지표는 48주차 강제 폐활량(FVC)의 기준선(baseline) 대비 변화다. FVC는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후 최대한 내쉬는 공기 양을 측정한 지표다. 낮을수록 폐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즉, 투여 전 대비 FVC 감소폭이 클수록 IPF가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팜레블루맙 투여군은 48주차에 투여 전 대비 평균 FVC가 260ml 감소했다. 위약군은 48주차 FVC 평균 감소량 330ml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했다. 2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질병 진행까지 걸린 시간에서도 위약군 대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피브로젠은 ‘ZEPHYRUS-1’의 연구 결과는 학회를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4월 환자 모집을 완료한 두 번째 IPF 임상 3상인 ‘ZEPHYRUS-2’은 중단하기로 했다. 2026년까지 현금 유동성(Cash Runway)을 확보하기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설 계획이다.


팜레블루맙, 보행 불가능한 뒤센근이영양증 3상도 실패

팜레블루맙은 연결조직성장인자(CTGF)의 활성을 차단하는 항체다. CTGF는 IPF의 특징인 조직흉터(tissue scarring) 또는 섬유증의 형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이다.

피브로젠은 팜레블루맙을 뒤센근이영양증(DMD), 췌장암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보행 불가능한 DMD 환자 대상의 임상 3상이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보행이 가능한 DM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팜레블루맙 임상 3상은 주요 결과(톱라인)를 올 3분기에 발표할 계획이다. 국소 진행성 절제불가능한 췌장암(LAPC)에 대한 임상 3상 연구 톱라인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IPF 평균수명 5년 미만…대웅·브릿지바이오·한미도 개발 경쟁

IPF는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고 흉터가 발생하는 폐질환이다. 점진적으로 악화되며 돌이킬 수 없이 폐 기능이 저하된다. 평균 수명은 진단 후 2~5년으로 알려졌다. 전체 환자의 3분의 2는 5년 내 사망한다. 기존에 승인받은 치료제가 있지만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에 그치고 부작용이 심각해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존재한다.

국내 기업들도 IPF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2월 ‘베르시포로신’의 다국가 임상 2상에서 첫 환자 투약을 마쳤다. 베르시포로신은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는 PARS1(Prolyl-tRNA Synthetase1)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물질이다. PARS1 효소 활성은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섬유화 과정에 관여한다. 베르시포로신 임상은 총 10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된다. 2024년까지 투약을 마치고 결과를 확인한다는 목표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지난 4월 오토택신 저해제 ‘BBT-877’의 호주 임상 2상에서 첫 환자 투약을 마쳤다. IPF 등 섬유화 질환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 오토택신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물질이다. 올해 하반기 중각 분석 발표를 목표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의 한미약품은 IPF 동물 모델 실험에서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의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이 결과는 지난달 미국 흉부학회 국제 학회인 ‘ATS 2023’에서 발표했다.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는 글루카곤 GLP-1 GIP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작용제다. 미국과 유럽에서 IPF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6월 27일 09시 18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