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도 인정하는 찐부자"…용산의 '드래곤' 서부T&D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버스·화물 사업자가 숨겨진 알짜 부자다” 예로부터 부자들 사이에서도 회자하는 얘기다. 화물이과 버스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모여드는 터미널은 서울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데, 시간이 흘러 그 땅이 서울로 편입되면서 ‘금싸라기’로 변했다.

승만호 회장이 경영하는 서부T&D는 이에 해당하는 국내 대표 기업이다. 공용 화물자동차 정류장 등을 사업목적으로 1979년 7월에 설립됐다. 양천구 목동에서 부천으로 가는 길목에 지금도 서부화물트럭터미널이라는 이름으로 물류 시설을 운영 중이다.서부T&D의 최대 주주이자 승 회장이 지분 49.14%(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 엠와이에이치(MYH)는 1983년 7월에 전세 여객 자동차 운송사업 및 관광 알선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자산만 2조원, 물류 기업서 호텔·쇼핑몰 전문 운영사로 변신

서부T&D가 얼마나 알짜 회사인지는 자산 규모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자산총액은 2조657억원에 달했다. 핵심 자산은 원효 상가, 서울드래곤시티호텔 등 용산에 있는 부동산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서부T&D의 시가총액이 4543억원(26일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평가된 자산주라고 할 수 있다.서부T&D는 사명만 보면 물류 기업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소비재 B2C가 주력인 회사다. 호텔, 쇼핑몰 운영으로 사업 모델을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1352억원의 매출 중 62%(848억원)를 관광호텔업에서 거뒀다. 인천에 있는 쇼핑몰 운영을 통한 매출도 352억원으로 물류 시설 운영 매출(56억원)보다 훨씬 크다.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주요 사업장은 서울드래곤시티다. 용산역 3번 출구와 연결돼 있어 이태원, 명동, 강남 등 서울의 관광 명소로의 이동이 편리해 비수도권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옮기면서 포럼 등 대형 비즈니스 행사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 개발 호재까지…순풍 탄 서울드래곤시티

서울드래곤시티의 실적은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0년 394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763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억원에서 202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9%, 85% 증가했다고 호텔 측은 설명했다.용산 개발 호재까지 겹쳤다. 서울시는 15일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인공지능(AI) 및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용산 메타밸리(Meta-Valley)’로 재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드래곤시티 바로 옆에 있는 용산정비창에 들어서는 국제업무지구와도 연계해 개발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서울드래곤시티 관계자는 “향후 개발이 된다면 용산이 서울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이미 이익을 선점하고 있는 서울드래곤시티에는 굉장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트럭터미널 개발 계획까지 실제 실행에 옮겨질 경우 서부T&D는 굼뜬 자산주에서 역동적인 성장주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부T&D는 자사 홈페이지에 서부트럭터미널을 전체 개발 면적만 3만1534평에 달하는 도시 첨단물류 복합단지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게시해놓고 있다. 당초 내년 7월 오픈으로 명기돼 있으나 아직 개발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