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은 죽지 않아"…42년 전으로 다이얼 돌린 해리슨 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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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할리우드엔 적잖은 나이에도 위험천만한 액션을 소화하는 '베테랑 배우'들이 많다. 환갑이 된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7'에서 오토바이와 함께 절벽에서 떨어졌고, 70대인 마이클 키튼은 최근 개봉한 '플래시'에서 '원조 배트맨'다운 화려한 비행 장면을 선보였다.
42년간 존스 연기한 81세 포드
말 타고 도심 질주에 수중신까지
고령에도 육해공 넘나들며 열연
하지만 둘 다 해리슨 포드(81)만큼은 아니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 액션영화의 주인공을 완벽하게 소화해냈으니 말이다. 땅 위에선 말을 타고 뉴욕 도심을 질주하고, 바닷속에선 난파선을 찾기 위해 물살을 가른다. 심지어 시칠리아 상공에선 비행기 문짝 밖으로 악당들을 헤치우는 고난도 액션도 선보인다. 말 그대로 '육·해·공'을 아우르는 액션의 향연이다.'블록버스터 액션'의 대명사인 '인디아나 존스'가 돌아왔다. 1981년 첫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자 완결편인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다. 1~4편을 연출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뒤를 이어 이번 편의 감독을 맡은 제임스 맨골드의 어깨는 무거웠다. 42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작품인데다 전작인 '인디아나 존스 4: 크리스탈 해골 왕국'이 흥행에 실패해서다.옛 영웅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기 위해 그가 택한 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나이듦'이었다. 영화의 배경은 1969년. 특유의 카리스마와 여유로움을 자랑하던 미중년 존스는 어느 새 정년퇴직을 앞둔 고지식한 교수가 돼 있다. 머리는 하얗게 새고, 얼굴엔 주름이 가득하다. 미국의 달 탐사 성공 소식에 도시 전체가 들떠있지만, 존스는 아무도 관심 없는 옛 유물에만 파묻혀있다. 그렇다. 존스도 나이를 먹은 것이다.
이렇게 '한물간' 인물처럼 여겨지던 존스 앞에 옛 친구의 딸인 헬레나 쇼(피비 월러브리지 분)가 나타난다. 아르키메데스가 만든 전설의 다이얼인 '안티키테라'를 찾자면서. "난 이제 늙었다"며 고개를 가로젓던 존스는 헬레나가 위험에 빠지자, 인디애나 존스의 상징인 중절모와 채찍을 들고 나선다.노년의 존스는 안티키테라와 헬레나를 구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감독이 안전을 우려해 액션을 하지 못하게 할 땐 화가 났다"던 포드는 실제로 액션 대부분을 직접 소화했다. 영화 초반에 달리는 기차 위에서 악당과 거침없이 싸우는 젊은 시절의 존스도 포드가 연기한 후 컴퓨터그래픽(CG)으로 얼굴을 교체한 것이다.153분의 긴 러닝타임이지만, 존스의 활약이 뻔하고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빰바밤빰 빠바밤~'하는 익숙한 테마곡과 함께 채찍을 휘두르는 존스의 모습은 익숙함과 추억을, 키 작은 꼬마였던 헬레나가 어느 새 훌쩍 자라 존스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장면은 신선함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40년 넘게 존스와 함께 나이를 먹은 팬들에게 보내는 선물이기도 하다. "사막과 바다, 그 속에서 깨어났을 때 느꼈던 설레임이 그립다"는 옛 친구의 외침부터 "당신, 드디어 돌아온 거야?"란 아내의 물음까지.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는 대사들은 존스처럼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인생의 마지막 장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건네준다."당신의 전성기는 끝났다고? 그럴 리가. 전설은 절대 죽지 않아."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